"'관치금융' 논란 위험 탓에 외부 인사 등장 가능성은 낮아" 4연임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포기 의사를 밝혀 차기 KB지주 회장 구도가 안갯속에 휩싸였다.
내부 인사 중에서는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 3인이 유력한 후보군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깜짝 외부 인사' 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6일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톤을 넘길 때가 됐다"며 4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KB지주 회장후보추천위에 전달했다.
KB지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오는 8일 윤 회장을 제외한 상위 후보자 6명(1차 숏리스트)을 추려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뷰와 평판 조회 등을 거쳐 오는 29일 후보자를 3명(2차 숏리스트)으로 압축한다. 이후 심층 인터뷰를 거쳐 내달 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회추위 및 이사회 추천을 통해 오는 11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도전만 하면 4연임이 거의 틀림없다"고 이야기되던 윤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 구도는 예측이 힘들어졌다.
내부 인사 중에선 부회장 3인이 우선 거론된다.
허 부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윤석열 대통령(79학번)의 1년 후배다.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와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7년 KB국민은행장에 취임,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최초 3연임을 기록했고 2020년 차기 회장 선임 당시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전략과 영업 모두 우수한 인재로 꼽히고 작년부터 KB지주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양 부회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KB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부사장을 지냈다. KB손해보험 대표를 거쳐 2020년 말 3인 중 가장 먼저 KB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무에 밝은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KB지주 전략기획부 및 시너지추진부 총괄 전무, KB생명보험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KB국민카드 사장을 거쳐 작년 KB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전략에 밝은 '전략통'으로 통하고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무난히 해내 인수합병(M&A) 분야 역량을 인정받았다.
부회장 3인은 출신 은행도 골고루 분포돼 있다. 허 부회장은 장기신용은행, 양 부회장은 주택은행, 이 부회장은 국민은행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KB국민은행은 국민은행,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세 은행이 합병해 만들어졌기에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는 다른 쪽의 불만을 살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다"고 평했다. 이어 "윤 회장이 오래 전부터 고심하면서 후계자를 양성한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실적만 놓고 보면 자진포기할 이유가 없는 윤 회장이 왜 스스로 물러났는지,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취임 후 입지전적인 실적을 쌓았다. KB손보, KB증권 인수 등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이어 9년 연속 금융권 1위를 차지하던 신한금융지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KB지주를 '리딩뱅크'로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당기순이익 2조 9967억 원)을 달성해 지난해 3년 만에 내줬던 금융권 1위를 재탈환하는 게 유력하다. 그럼에도 물러난 건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KB금융 경영 승계와 관련해 "모범이 되는 선례가 돼 달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한 사람이 금융지주 회장직을 오래 맡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 영향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사가 작용할 경우 깜짝 외부 인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설도 제기된다. 윤 회장 이전 임영록·어윤대·황영기 KB지주 회장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그러나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아 실제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염두에 둔 차기 회장 후보가 존재할 순 있다"며 "하지만 그 사람이 외부 인사는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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