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 제한'에 반기 든 美 반도체업계…추가 규제 막을까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3-07-18 15:53:03
인텔·퀄컴·엔비디아 경영진, 대중 규제 완화 요구
반도체산업협회는 '추가 제한 반대' 성명 발표
"경쟁력 약화…중국 보복 촉발 위험 있어"
미 대선 앞두고 정부·업계 타협점 주목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對) 중국 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거나 거대 시장이 막히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게 주요 이유다.

2024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미중 반도체 갈등과 추가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총 2800억 달러(약 365조68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고 있다. [미 백악관 유튜브 캡처]

18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반도체 기업 CEO들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등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대중국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접근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백악관 미팅에 앞서 반도체 업계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명의로 성명도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추가 제한 조치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반도체산업협회에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TSMC는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이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美정부 추가제한에 반발

SIA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에 대한 잠재적 추가 정부 제한에 대한 성명'에는 "(규제가) 좁고 명확하게 정의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추가 제한을 자제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협회는 "행정부가 업계 및 전문가들과 보다 광범위하게 협력해 현재 및 잠재적 (수출) 제한의 영향을 평가해 달라"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미중 양국 정부가 긴장을 완화하고 더 이상의 고조가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도 공식 요구했다.

SIA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규제 조치가 '문제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도체법 제정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였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을 가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취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 조치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방해하며 막대한 시장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중국의 지속적인 보복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반도체 원자재의 세계 최대 상업 시장인 중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반도체법 제정의) 긍정적 영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미 반도체산업협회가 정부의 잠재적 반도체 추가 제한 조치에 대해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문. [SIA 홈페이지 캡처]

주요 반도체기업 경영진은 이날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상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반(Jake Sullivan) 국가안보위원회 이사 등 고위 관리들과 만나 '정부가 반도체법으로 마련된 자금 지출을 가속화하고 중국 시장을 더이상 차단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유는 중국의 거대 시장에 있다. SI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1800억 달러로 전 세계 5559억 달러의 3분의 1을 넘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제한조치를 통해 기업들이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는 고성능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미 정부는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AI) 산업을 약화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클라우드까지 범위를 넓혀 해외 기업들의 중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추가 행정 명령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 추가 규제 발동하면 中 매출 타격 심화 

만일 미 정부의 추가 제한이 현실화되면 반도체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일부 AI 제품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AI반도체 신제품인 '가우디2(Gaudi2)' 프로세서를 발표한 인텔은 상황이 다급해졌다.

가우디2는 아직 미 행정부의 수출 제한 품목에 포함되지 않지만 추가 규제 대상이 되면 타격이 적지 않다.

인텔의 2022년 총 매출 중 27%는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퀄컴은 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퀄컴은 지난해 연간 보고서를 통해 "매출 상당 비중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미중 갈등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관련 리스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도 중국 비중이 미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엔비디아는 타격도 컸다. AI 기기에 쓰이는 A100과 H100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이 막히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2021년 71억 달러에서 지난해 57억 달러로 20%가량 급감했다.

美 대선 앞두고…정부·기업 '타협점' 찾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정부의 대중국 규제에 대해 오는 10월까지 '유예'를 적용받는다. 아직까지는 손실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미중 양국의 눈치를 보느라 속앓이가 심하다.

업계는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그룹으로 꼽히는 반도체기업들의 요구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다급해진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고 미 행정부 조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예 적용 없이 추가 제한이 발동되면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윤경 IT전문기자

김윤경 IT전문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