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력 거론된 울주 송정항 아닌 새 장소
대진1리 포구, 비어 있는 어항이자 태풍에 강점
2년 연속 관련 예산 삭감한 기재부 선택에 관심 국내 최초 '고래 바다쉼터'(Whale Sanctuary) 조성지로 경북 영덕군 영해면 대진1리 포구가 유력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이곳에 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키로 하고 내년도 예산 약 12억 원(설계비+기초 조사비)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내년에 설계와 기초 조사 작업이, 2025·2026년에는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된다. 예상되는 전체 사업비는 약 180억 원이다.
바다쉼터는 수족관에 갇혀 지내는 고래를 위한 대안적인 생활 공간이다. 기존 수족관은 드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다니는 고래에게는 좁디좁아 '고래 감옥'으로 비유된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주인공 우영우가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수족관은 고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으로 지목된다. 폐사율이 높인 이유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2016~2021년 수족관에서 생을 마감한 고래는 26마리이고 이들이 수족관에 머문 기간은 평균 5년 정도였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고래는 21마리(큰돌고래 16, 흰고래 5)에 불과하다. 폐사한 고래보다도 적다.
고래를 수족관에서 벗어나게 해줄 실질적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바다쉼터 조성'이다. 일부 구역을 쉼터로 지정하고 인간의 접근을 제한해 고래의 야성 회복과 자연 방류를 돕거나, 쉼터에서 남은 삶을 편하게 보내게 하자는 취지다.
바다쉼터는 2019년 아이슬란드 헤이마이 섬에 최초로 만들어진 뒤 캐나다, 인도네시아, 미국, 그리스 등에서 조성됐거나 추진되고 있다.
영덕군 대진1리 포구는 그간 고래 바다쉼터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된 곳이 아니다. 언론 등에서 많이 다뤄진 후보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송정항이다. 경남 고성·통영 일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일대와 함께 영덕군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 예정지 일대도 물망에 오르곤 했다.
대진1리 포구는 같은 영덕군 내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 예정지보다 조금 아래쪽이다. 논의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가 관련 시민 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대진1리 포구로 추진하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진1리 포구의 장점에 대해 "비어 있는 어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용되지 않는 어항이기 때문에, 어민들의 어업권 문제를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하는 다른 후보지에 비해 바다쉼터 조성에 어려움이 적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진1리 포구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외국에서는 외해에 가두리 형태로 바다쉼터를 조성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태풍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시민 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의 과정에서 어항 안쪽에 조성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고 최적지로 거론된 곳이 대진1리 포구"라고 덧붙였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지난 5월 31일 '해양 포유류 보호 시설 바다쉼터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 "영덕군 대진1리 포구를 활용한다면 포구 시설 전체를 바다쉼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계획대로 바다쉼터가 조성되면, 수족관들과 협의를 거쳐 고래를 옮기는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1차로 맞닥뜨려야 하는 장벽은 기재부다. 기재부는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관련 신청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삭감 이유로 바다쉼터 활용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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