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파급효과 시간 걸리는데…성급한 파월, 왜?

안재성 기자 / 2023-06-22 16:50:21
통화정책 시차 약 1년…"금리인상이 미치는 영향 살펴봐야"
"연준, 뒤늦은 인상으로 신뢰 잃어…강경 태도 보일 수밖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갈 수 있지만, 차차 나아져 곧 연 2%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다."(제롬 파월·2021년 9월 29일)

"물가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금리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다."(제롬 파월·2023년 5월 1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또 다시 강경한 긴축 기조를 시사했다. 재작년 하반기의 느긋한 태도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21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보고에서 "물가상승률을 연 2%로 다시 낮추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갈 경우 연말까지 기준금리 2회 추가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금융위 질의에서 한 의원이 지난 14일의 금리 동결을 '긴축 정지'라고 표현하자 "정지가 아니라 유지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추가 인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적으로 파월 의장과 연준의 긴축 기조는 너무 과격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니아대 훠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수백만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를 역임한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로체스터대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 영향이 더 커 통화 긴축만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뉴시스]

통화정책이 시장에 파급효과를 미치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상이 물가에 하락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파급 시차는 보통 1년"이라며 "1년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년처럼 급격한 금리인상을 한 후에는 잠시 쉬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일반적이다. 한은은 1년6개월 간 기준금리를 3.00%포인트 인상한 뒤 세 차례 동결했다. 이 총재는 "올라간 금리가 물가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세 차례, 호주 중앙은행(RBA)은 두 차례 금리를 동결한 뒤 물가가 떨어지지 않자 추가 인상했다. 

그러나 연준은 1년2개월 새 기준금리를 5.00%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전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번달엔 금리를 동결했으나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이 각자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상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기존보다 0.5%포인트 올렸다.  

파월 의장의 성급함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너무 늦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며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작년 하반기의 오판이 현재의 강경한 방침을 야기했다는 얘기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탓에 연준의 신뢰도에 흠집이 났다"며 "이를 만회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기에 잠시 추이를 살펴볼 여유가 있다"며 "반면 연준은 금리인상 시작이 늦어 더 다급하게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재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준은 작년 3월에야 금리를 인상, 한은보다 8개월 늦었다. 

재작년 8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이 5.3%를 기록했음에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다급하게 금리인상 시동을 건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높여 작년 6월에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 밟았지만, 6월 CPI는 9.1%나 급등했다.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숙제 시작이 늦었으니 밤을 꼴딱 샐 수밖에 없다"며 현재 연준은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천천히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의 뒤늦은 금리인상과 현재의 강경한 긴축 기조를 연결짓는 데는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성 교수는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은 등 금리인상 요인이 있어 파월 의장이 추가 인상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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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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