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0만 원 초과 기부 3년 치·지방의회 선거 출마자 전수조사
작년 지방선거 출마자, 국회의원 고액 후원 97건 확인돼
84.5%인 82건, 상한액 500만 원 꽉 채워 의원에게 기부
공천 받은 66명 중 51명, 지방의회 입성…당선율 77.3% 국민의힘이 '공천 헌금' 논란에 휩싸였다. 당 소속 전·현 국회의원이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전후로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공천 대가' 의혹이 잇달아 불거져서다.
태영호 의원은 지역구(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시·구의원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의혹으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지역구(부산 중구영도구) 기초의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 19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같은 혐의로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인 김현아 전 의원은 당내 조사를 받았고 박순자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지역구가 서울인 모 초선 의원을 상대로 지방선거에서 낙천한 몇몇 인사들이 공천 헌금성 후원 내역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든, 야든 의혹의 불길이 번질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여의도 정가 분위기다.
전·현 국회의원과 기초·광역의회 의원은 통상 지역구 당협·지역위원장과 위원을 각각 맡아 서로 묶여 있다. 공천권을 지닌 당협·지역위원장에게 잘 보이려는 지방의원의 선심성 후원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에 대한 고액 후원과 지방선거 출마자에 대한 정당 공천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UPI뉴스는 지난 2020~2022년 국회의원에 대한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와 지난해 지방선거 기초·광역의원 후보 출마자의 면면을 대조해 살펴봤다. 전수 조사 결과 고액 후원금을 낸 출마자 중 90% 이상이 정당 공천을 받은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UPI뉴스는 이번 분석을 통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후원금 상납 구조와 정당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기부자 명단은 중앙선관위 공식 자료를 참조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의 국회의원 기부금은 연간 5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앙선관위 자료에는 2020년 4441건, 2021년 2813건, 2022년 3893건의 기부 내역이 올라와 있다.
대조 결과 국회의원에게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한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는 7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일부가 2년 이상 후원을 계속해 연간 300만 원 초과 기부 사례는 총 97건으로 집계됐다.
97건은 연도별로 △2020년 27건(기초의원 출마자 17건, 광역의원 출마자 10건), △2021년 27건(기초 19, 광역 8) △2022년 43건(기초 30, 광역 13)이었다.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건수가 확 늘어났다.
기부금 총액은 대부분 상한선인 500만 원이었다. 500만 원을 꽉 채운 사례는 82건으로, 84.5%에 달한다. 이 중에는 한 번에 500만 원씩, 3년 내내 기부한 출마자도 있다.
두 차례(300만 원+200만 원)나 세 차례(100만 원+300만 원+100만 원)로 나눠 500만 원을 채운 경우도 눈에 띈다. 총액이 500만 원이 안 되지만 매달 20만 원씩 일정한 날에 적금 붓듯 1년 내내 기부한 사례도 있다.
정당별로는 2020년 국민의힘(전신인 미래통합당 시기 포함)이 14건(기초 10, 광역 4), 민주당이 13건(기초 7, 광역 6)이었다. 2021년에는 국민의힘 15건(기초 11, 광역 4), 민주당 12건(기초 8, 광역 4)이었고 2022년에는 국민의힘 23건(기초 17, 광역 6), 민주당 20건(기초 13, 광역 7)이었다.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에게 300만원 초과 기부를 받은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21명, 민주당 24명이었다. 정당 간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부분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기부했지만 일부 광역의원 출마자는 달랐다. 비수도권의 한 출마자는 선거를 앞두고 중앙당 고위 간부인 수도권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서울의 또 다른 출마자는 지난해 자기 지역구 의원과 인접 지역구 의원에게 각각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기부했다.
97건은 지역별로 △서울 31건(기초 17, 광역 14) △경기 13건(기초 10, 광역 3) △충남 5건(기초 5) △충북 11건(기초 11) △전북 10건(기초 7, 광역 3) △광주 1건(기초 1) △전남 3건(광역 3) △대구 4건(기초 1, 광역 3) △경북 8건(기초 6, 광역 2) △부산 5건(기초 3, 광역 2) △경남 6건(기초 5, 광역 1)이었다.
영남에서는 국민의힘, 호남에서는 민주당으로 쏠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각각 텃밭에서 현역 의원의 공천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300만 원을 초과 기부한 지방의회 선거 출마자 72명 중 정당 공천을 받은 이는 66명으로 확인됐다. 성공율이 무려 91.7%다. 고액 후원과 정당 공천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문에 힘을 싣기에 충분한 수치다. 낙천한 6명은 무소속 출마했다.
당선 비율은 정당 공천을 받은 쪽이 훨씬 높았다. 정당 공천을 받은 66명 중 51명이 지방의회에 입성했다. 당선율 77.3%였다. 무소속 출마자는 1명만 살아남았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고액 후원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출마자가 직접 기부하는 것보다 가족, 친지 등 다른 이름으로 하는 '차명·쪼개기 후원'이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공개된 선관위 자료로는 변칙 후원 실태가 가려지지 않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송창섭·서창완 기자 kd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