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예금·日 증시 투자 급증…16%, 17% 증가
"엔저 오래갈 듯…섣부른 투자로 손해 볼 수도" 원·엔 재정환율이 8년 만에 800원대를 터치하는 등 엔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엔저로 일본 여행이 크게 활성화되고 엔화 투자도 열풍이다.
엔화 예금 가입, 일본 주식 매수 등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든다.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 환차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5.21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중에는 897.4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엔 재정환율이 장중 800원대를 터치한 건 2015년 6월 25일 이후 약 8년 만이다.
엔화 가치가 내려가자 일본 여행과 함께 엔화 투자도 유행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엔화 예금은 8109억7400만 엔(약 7조3393억1470만 원)으로 지난달 말(6978억5900만 엔·약 6조3156억2395만 원) 대비 16%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기준 상위 8개 주요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투자증권)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은 15일 기준 총 4조946억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3조4924억5000만 원)보다 17.2% 증가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지난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총 5293만 달러(약 67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약 2년 간 순매수 규모(약 401억 원)를 오히려 능가한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엔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도 약 305억 원에 달해 지난달 전체 거래대금(175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은행에 엔화 예금통장을 개설했다는 A 씨는 "지금 엔화 가치가 최저일 것 같아 가입했다"며 "앞으로 엔화가 뛰면 예금금리뿐 아니라 환차익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엔화 투자를 경계한다. 엔저가 오래 갈 것으로 여겨지는 데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종료 후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했다. 또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제로'(0)% 수준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해온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작년부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며 긴축 정책을 펴는데도 일본만 통화 완화책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정부부채가 1000조 엔(약 9050조 원)을 넘어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1%포인트만 뛰어도 연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 10조 엔에 달한다.
금리뿐 아니라 엔저가 실제로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점도 엔저 장기화를 부추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엔저가 일본의 수출 증대와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일본 경제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의 강관우 대표도 "엔저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돼 일본 정부가 일부러 엔저를 오래 지속시키는 모습"이라며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 일본의 무역적자 등을 감안할 때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며 "단기간 내 환차익을 보려다 적지 않은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차익을 노리다 자칫 환차손을 볼 수 있다"며 "엔화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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