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 떠오르면서 반발 줄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실손청구 간소화법)'이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14년 동안 소위에서 맴돌기만 하던 법안이 드디어 햇빛을 보기 직전까지 왔다.
개정안이 통과하려면,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 자체가 놀랍다"며 "통과 가능성이 무척 높은 상황"이라고 16일 밝혔다.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보험 계약자가 병·의원 등 의료기관을 이용 후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을 통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이 시행되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종이 서류를 챙겨 사진을 찍어 앱을 통해 전송하거나, 팩스를 이용해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된다.
오랫동안 의료계 반발로 공회전만 하던 법안이 갑자기 탄력을 받는 것에 대해 정치권과 보험업계는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통령선거의 대선 후보 시절에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이었던 점을 꼽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여야 공통 공약이었다"면서 "이 법안은 소비자에게 편익이 커 정치권에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8월에는 대통령 주재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입법 과제로 다뤘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차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야당인 민주당도 이 대표의 공약이었던 만큼 적극 협조하고 있다.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니라 보험개발원이 떠오르고 있는 점도 반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그간 의료계는 중계기관으로 심평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했다. 심평원으로 모든 의료정보가 흘러가면서 급여 진료의 청구액을 깎는 근거로 활용될까 우려한 것이다.
윤 의원은 "심평원의 대타로 보험개발원이 데이터를 처리될 것으로 보이자 반대 명분이 약해져 의료계 일부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소비자의 실익을 위해 법이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힘 쓰고 있다"라면서 "반대측의 의견이 있지만 소비자의 실익이 반대측의 명분보다 크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손청구 간소화법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크다. 지난 2021년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와함께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 대상 실손보험 미청구 이유 등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은 '실손보험금 청구 포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진료금액 소액(51.5%)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부족(46.6%) △번거로운 증빙서류 떼기 및 전송(23.5%) 등이 꼽힌 바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2022 보험소비자 행태조사' 결과를 봐도 소비자의 57.1%는 보험금 청구·지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편리하고 다양한 보험금 신청·접수 방법'을 꼽고 있다.
또한 최근 3년간(2020~2022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지 않아 7400억 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미청구된 점도 개정안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세를 몰아 하루빨리 실손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실손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면 소비자가 일일이 종이 서류를 떼지 않고 손쉽게 보험금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면서 "절차가 복잡해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현 상황은 옳지 않아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보 우려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가 종이로 떼다가 분실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크다"면서 "청구 간소화가 되면 병원에서도 서류 관리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도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약 75%가 가입돼있다"면서 "연간 청구 건이 1억 건 이상인 점을 고려해볼 때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사회적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