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개인의료 정보 유출" vs "소비자편익 도모"

황현욱 / 2023-05-25 15:26:55
의료계 "개인정보 DB화, 보험료 인상 우려"
보험업계 "전산처리가 핵심…소비자 편익 커"
민간 핀테크 vs 공적기관…중계기관 의견 분분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14년 만에 관련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 의료계와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관심이 뜨겁다.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된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2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황현욱 기자]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간소화 서비스 도입은 특정 이해당사자의 이익으로만 연결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환자 편의를 빌미로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넘겨선 안된다"면서 개인의료정보 유출을 우려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현욱 기자]

그러면서 "실손 민영보험사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환자의 개인 건강정보 등을 전산으로 전송받는 것은 의료기관이 민영보험과 직접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면서 "목적 외 사용을 막는다 해도 자료집적, 활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염려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도 진료 정보를 전자자료로 민간보험사나 관련 단체로 넘기는 것은 개인 진료 정보의 전자자료 데이터베이스(DB)화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중계 대행 기관 내지 전송 대행 기관은 민간보험사의 이익과 환자의 건강정보 집적 및 표준화를 통한 영리 산업용 정보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 구축·운영은 향후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전가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같은 주장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가 서류나 사진으로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을 전산으로 처리하자는 것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소비자 편익이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이어 "보험사가 환자 개인정보를 DB화 한다든지, 보험료를 인상한다던지는 전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도 "모든 환자의 의료데이터가 전송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과장은 "보험계약자가 영수증을 제외하고 제출하기 꺼리는 서류가 있다면 첨부 안해도 된다"라면서 "향후 법이 통과되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전송할 데이터를 협의, 표준화할 계획이며, 표준화될 때 우려하시는 점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실손보험 청구 서류는 영수증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황현욱 기자]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자료전송을 위해 전송대행기관이라는 중간 단계를 구성하는 것은 청구 간소화 방향에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중계기관에 의구심을 표했다. 

김 이사는 "민간전자차트 업체 및 민간핀테크 업체의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기관 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공적 기관 중심의 전송대행기관을 두지 않고 민간 청구대행 회사들이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시민단체는 정면 반박했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민간 핀테크 이용은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하는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을 꼽는데, 공적인 기관도 아니고 민간 핀테크를 통해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에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보험업법 개정 없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동헌 지앤넷(의료정보 전송 플랫폼) 대표는 "현재 민간 핀테크 회사들은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국내 거의 모든 요양기관이 연내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하게 돼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청구 불편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과장은 "전국의 의료기관 수는 9만3000곳이고 실손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30개"라면서 "의료기관이 보험사에게 실손 청구를 직접 할 경우 전산 시스템을 최소 279만 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백만 개 전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 등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곳에서 중계기관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성경 사무총장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 사무총장은 "중계기관 입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핀테크를 통해 청구 간소화를 하겠다는 것은 섣부르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황현욱 기자 wook9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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