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강하고 임금 상승률 높아…긴축 종료 시 물가 튈 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 인사들은 긴축 종료를 시사하면서도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차기 Fed 부의장에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뛰는 것을 고려하는 진영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둘 모두 "긴축 마무리란 뜻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아직 금리인상을 멈춘 적이 없는 연준과 달리 한국은행은 이미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럼에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0.25%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 인사들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는 부진한데 고용은 강해 두 지표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로 시장 전망(다우존스 2.0%·블룸버그 1.9%)에 못 미쳤다. 지난해 4분기(2.6%)의 절반 수준으로 가라앉아 곧 경기침체에 들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0.4%로 예상했다.
또 연준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래 성장 기대감이 약해졌다"며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긴축된 상태"라고 평했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 4월 중순부터 지난달 22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보고서다. 이달 FOMC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 경기는 더 좋지 않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22억4000만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5.2%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부진이 뼈아프다. 5월 반도체 수출액은 36.2% 급감해 역시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통계청 집계에서 4월 전(全)산업 생산은 5개월 만에, 소매판매액지수는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기만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물가 지표는 정반대다.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지만 속도는 느리다. 미국 4월 물가상승률 4.9%, 한국은 3.7%로 아직 중앙은행 목표치(2.0%)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고용 지표와 임금 지표도 강세란 점이 중앙은행 인사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실업률은 3.4%로 3월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월 전체 근로자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5%, 전년동월보다 4.4% 각각 상승했다. 시장 전망치(전월 대비 0.3%·전년동월 대비 4.2%)를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도 올해 1분기 전국 고용률이 61.2%(통계청 집계)로 전년동기보다 0.7%포인트 올랐다. 또 1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 명목소득은 618만2722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경기가 침체 모드지만, 아직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여럿 남아 있어 섣불리 긴축을 종료할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물가 불안 요소로 강한 고용과 높은 임금 상승률을 꼽으며 "금리인상을 멈췄다가 자칫 물가가 튈 수 있기에 연준과 한은 모두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강한 고용과 높은 임금 상승률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며 "아직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로 다가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약해지긴 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교수는 "현 추세를 볼 때 연내 금리인하를 논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강 대표도 "연내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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