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꾸미기에 빠진 키덜트 "이 순간 만큼은 행복합니다"

이상훈 선임기자 / 2023-05-04 07:43:04
▲ 인형 꾸미기에 빠진 키덜트들. 이들은 신발과 옷을 직접 만든다. [이상훈 선임기자] 

키덜트(kidult).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들을 일컫는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인형 꾸미기에 열중한 중년 여성들의 모임을 찾았다. 

경기도 안산의 안향순(여·58) 씨 집에는 수시로 키덜트 라이프를 즐기는 지인들이 모인다. 4말5초(40대 말에서 50대 초반 연령대)들이 모여 인형에게 입힐 옷과 신발, 각종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즐길법한 인형 꾸미기에 중년의 여성들이 모여 앙증맞은 옷과 신발을 직접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인형 꾸미기에 푹 빠진 안 씨는 "어릴적 마론인형이라고 금발의 서양인형이 생겼는데 옷을 사주려고 용돈 모아 멀리 육교 위 좌판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처음에는 미니어처 가죽 신발을 만들고, 신발을 신겨보고 싶어서 인형을 들이게 되면서 아련한 옛날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유료 온라인수업으로 가죽구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인형 옷을 만들기 위해 책도 사고 원단도 사고 인터넷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도 얻고 SNS를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소통하며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서툴지만 예쁘게 신발과 옷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년이 되도록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인생에 활력이 생겼다고 안 씨는 말한다.

또한 예쁜 인형 구해서 직접 만든 옷과 신발을 입혀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대부분 뛸 듯이 좋아해 이런 모습들을 볼 때 받는 사람만큼이나 본인도 기쁘다면서 활짝 웃는다.

이날 모인 4명의 초보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언니'를 불러 질문 세례를 하면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가죽구두와 옷 만들기에 진심인 모습이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신발을 진짜 구두처럼 만들고, 인형에게 입힐 옷도 재단과 바느질로 진짜 옷처럼 정교하게 만든다. 크기만 작을 뿐 만드는 과정은 똑같다.

부천에서 안산까지 오후 시간을 이용해 먼 길을 찾아온 박현애 씨는 인형 꾸미기에 빠진 이유를 묻자 "이쁜거 만들어 나눔하고 여럿이 모여 같이 취미 생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어 "바느질하고 미싱하고 이쁜 옷 입히고 더불어 얘기도 하고 많이 웃고 그냥 그렇게 모이는 하루 자체가 힐링인거 같다. 나는 못입지만 대리만족도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손과 눈은 가죽구두 만드느라 분주하다.

아내의 이런 취미를 남편은 어떻게 볼까. 안 씨의 남편 백승익(62) 씨는 "인형 만들기에 빠져있는 아내를 볼 때 너무 행복해 보인다. 오죽하면 몸이 아프다고 하다가도 인형 만드는 동안은 아프다는 소리도, 아픈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작업이 끝나고 나면 다시 50대의 몸으로 돌아와 온몸이 아프다고 한다"며 웃는다.

이날 모인 이들은 하나같이 나이 들어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거 같다고 말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어른들이 수시로 모여 동심을 공유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갈수록 각박하고 때로는 살벌하기도 한 세상이지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있는 그 시간 만큼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다.

내일(5일)은 어린이날이다. 동심을 즐기는 어른들에게도 즐거운 날이 되기를 빌어본다.


▲ 신발 만들기. [이상훈 선임기자]

▲ 옷 만들기. [이상훈 선임기자] 





▲ '키덜트' 안향순 씨는 직접 만든 신발과 옷으로 꾸민 인형을 들고 경치 좋은 곳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공유한다. [안향순 씨 제공]

KPI뉴스 / 이상훈 선임기자 jo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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