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등,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연준 금리 5.5% 갈 수도"

안재성 기자 / 2023-04-04 17:15:20
'OPEC+' 감산에 국제유가 치솟아…"물가 불안으로 긴축 강화"
"결국 연내 금리인하할 것" 전망도…경기침체·금융 불안 주목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위기,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설 등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글로벌 금융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긴축을 멈추고 연내 금리를 내릴 거란 예상이 높아졌다. 
 
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가 4.25~4.50%를 기록할 거란 예상이 전체의 36.3%를 차지했다. 4.00~4.25% 예상은 27.1%, 4.50~4.75% 예상은 22.1%였다. 4.00~4.75% 구간이 총 85.5%에 달한 것이다. 

현 수준(4.75~5.00%)일 거란 전망은 6.3%, 연준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이 각자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표)대로 5.00~5.25%일 거란 전망은 0.7%에 그쳤다.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0.25~0.75%포인트 가량 낮출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준 기본 시나리오에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은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보다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발언에 더 주목했다. 그만큼 금융 불안과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고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6.0% 치솟은 배럴당 80.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5.7% 뛴 배럴당 84.45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모두 약 1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날 나온 'OPEC+' 석유 감산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OPEC+ 소속 산유국들은 앞으로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기존보다 116만 배럴 줄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기습적으로 하루 평균 200만 배럴 감산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 감산을 결정한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 저유가를 원하는데도 산유국들이 거꾸로 움직이는 건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등 타국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세계 각국의 불만이 크다. 

세계 1위 산유국이자 그간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 우선주의에는 강한 반발을 표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중국의 중재로 중동의 오랜 라이벌인 이란과 외교 관계를 회복한 데 이어 시리아와도 화해 무드다. 사우디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미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OPEC+'의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WTI가 배럴당 95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국제유가가 상반기 내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뉴시스]

유가 흐름이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 폭등이 물가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물가 불안은 연준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OPEC+ 감산으로 긴축 기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는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 분석가는 "국제유가 폭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연준 긴축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올해 말 연준 기준금리는 5.25~5.50%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준이 점도표보다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견해다.

크롤 글로벌의 메건 그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 최종 기준금리가 5.25~5.50%로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거란 의견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분기부터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OPEC+ 감산에도 수요가 둔화하면서 국제유가 오름세를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경기침체로 연준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며 "4분기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공동 창업자 빌 그로스는 "금융 불안이 심해 연준 긴축 기조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석유 중개회사 PVM의 타마스 바르가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일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근원물가지수에 더 집중한다"며 "국제유가 변동이 연준 정책에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원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석유류, 농산물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물가지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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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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