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직원들 "정치권 낙하산 인사 막아야" 한목소리
직원들, 자괴감 토로…"하루빨리 경영 정상화 돼야" KT가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일파만파 문제가 확산되면서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도 험해 보인다.
31일 진행된 KT 정기주주총회(주총)도 고성이 오가며 일대 혼란 상황을 노출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의 고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표출되며 혼란 속에 막을 내렸다.
주총을 주재한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총 직전 사외이사 3인이 마저 사퇴하면서 주요 이슈들도 증발했다. 윤경림 후보를 시작으로 KT 이사들은 줄사퇴했다. 신규 사내이사 2인 후보는 윤 후보 사퇴와 함께 표결도 못해 보고 안건이 폐기됐다.
가장 큰 위기를 호소하는 이들은 KT 주주와 직원들.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도권은 이사회보다 '비상경영위원회'로
KT 이사로 남은 이는 임기가 1년 남은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한 사람뿐이다. 이 숫자로는 KT 정관에서 규정한 이사회 최소 정족수 3명도 못 채운다.
부득이하게 KT는 상법을 근거로 김용헌 이사와 퇴임이사인 강충구, 표현명, 여은정 이사 등 4명으로 이사회를 꾸린다.
상법 386조 1항은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는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KT이사회가 운영은 되지만 정상 작동 여부는 회의적이다.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주총 전에 제기된 '불신임' 이슈까지 겹쳐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힘을 받는 경영 주체는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다. KT는 28일 이사회에서 비상경영위원회의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사적 경영과 사업 현안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Task Force)'과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신설해 사업 현안과 대표·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전반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주주·직원들 "낙하산은 막아야" 한목소리
문제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이다. KT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추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할 계획이다.
객관성은 표방하지만 국민연금이 여전히 1대주주인 KT로서는 여권의 개입 가능성을 떨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지난 행보를 감안할 때 TF 구성 과정에 여권의 개입이 정당화될 소지가 농후하다.
KT 주주들과 노조도 이를 우려한다. 31일 주총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드러났다.
개인주주들의 모임인 'KT 주주모임 카페' 운영자는 이날 주총에서 "정치인이나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사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KT 새노조도 "정치권 인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새노조 이호계 사무국장은 "경영정상화를 향한 첫 번째 목표를 '낙하산 인사의 선임 반대'로 잡고 있다"면서 "앞으로 활동의 테마도 이 부분에 맞춘다"고 밝혔다.
최대 피해자는 직원…조속한 경영정상화 촉구
일대 혼란이 이어지며 가장 큰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KT 직원들이다. 회사의 위기를 보면서도 딱히 손을 쓰지 못한다는 무기력감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한 직원은 "경쟁사는 뛰는데 우리는 '산 넘어 산'이고 현상 유지도 못하고 있다"며 자괴감을 토로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의 디지코(DIGICO) 사업이 성공하며 "나름 상승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추락감이 느껴져 힘들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예산 확정이 안되고 자금 결재가 이뤄지지 못해 현장에서 법인카드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며 "하루속히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직원들은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범한 이상 소폭의 조직개편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정상 경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잡음과 또다른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미친다'면 이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5개월은 너무 길어…"이사회가 힘을 내줘야"
KT는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고 대표 후보를 확정하기까지 약 5개월을 잡고 있다. 시장조사와 자문, 내외부적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고 2번의 임시주총까지 치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5개월은 너무도 길다는 게 중론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여전하지만 직원들이 기대는 대상은 이사회다. 비록 퇴임이사들이 주축이고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이사회가 힘을 내줄 것을 촉구한다.
'정치권의 낙하산 반대' 입장을 유지했고 지금으로선 KT이사회가 회사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T의 한 관계자는 "혼란이 극심할수록 이사회가 책임감 있는 경영을 펼쳐야 한다"면서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4인의 이사회가 최선의 힘을 내서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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