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판 안심전환대출'에 中企 '시큰둥'…"너무 늦었다"

안재성 기자 / 2023-03-30 16:47:20
중기대출 대부분 변동금리대출…금리인하 효과 없어
"향후 금리 하락 전망…고정금리 전환 메리트 작아"
"작년 하반기에 출시됐다면 환영했을 텐데, 지금은 별 메리트가 없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은 오는 31일 중소기업 대상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신규·대환대출 모두 가능하고 고정금리대출을 받더라도 변동금리대출과 비슷한 금리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보통 고정금리대출의 금리가 높은 편인데, 변동금리대출과 비슷한 수준까지 최대 1%포인트 내려준다. 

금리부담 없이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중소기업판 안심전환대출'로도 불린다. 5대 은행이 각각 1조 원씩 총 5조 원 한도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런데 분명 중소기업 지원책임에도 당사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혜택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소 제약사를 경영하는 A 씨는 "어차피 중소기업대출 대부분이 금리변동주기 1년의 변동금리대출"이라며 "이 상품은 실질적인 금리인하 효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들은 재정적 여유가 별로 없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대출을 선호한다. A 씨는 "고정금리대출이라 해도 5년 후엔 금리가 변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고정금리대출로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은 고정금리대출이더라도 변동금리대출 금리 수준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즉, 이미 변동금리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에게는 대출 구조가 고정금리대출로 바뀔 뿐, 금리가 내려가진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도 금리인하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는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은 그간 고정금리로 바꾸고 싶어도 금리가 높아 망설이던 중소기업 차주들이 마음 편히 갈아타도록 돕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 5대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책 일환으로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UPI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이조차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임원 B 씨는 "작년 하반기, 한창 금리가 뛰어오르던 시기에 출시됐다면 대환영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이 상품을 작년 9월 30일 내놓았다. 중소기업에 인기가 좋아 기업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한도(4조 원)보다 2조 원 증액했다. 

고정금리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빛을 발한다. 작년 하반기는 거의 매달 금리가 뛰던 시절이라 변동금리대출과 같은 금리 수준으로 빌릴 수 있다면 기꺼이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중소기업 차주들이 많았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석달 간 5대 은행 중소기업대출 차주가 가장 많이 몰린 금리 구간은 연 5~7%다.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KB국민은행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연 5~7% 구간 비중은 67.5%다. 신한은행은 68.2%, 하나은행 73.1%, 우리은행 73.2%, NH농협은행 69.0%다. 연 4% 미만 구간 비중은 5~10%, 연 4~5% 구간 비중은 6~14% 수준에 불과하다.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2월까지 기간엔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연 5~7% 구간 비중이 10%를 밑돌았다. 연 4% 미만 구간 비중이 70~80% 수준에 달하고, 연 4~5% 구간 비중은 10~20% 정도다. 1년 사이 금리가 엄청나게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란 예측이 유력하고 은행 대출금리는 이미 하락세다. 

B 씨는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굳이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대출처럼 중소기업대출도 금리를 전체적으로 내려주길 바란다"며 "그게 불황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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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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