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이슈된 반도체…국가간 협상 중요해져
정부 총력 대응에 기업들은 함구 중 미국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보조금 신청이 시작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보조금 수혜 대상 기업들은 한치 앞도 알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황에서 조용히 정부간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도체 패권을 향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우리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의 상황은 쉽지 않다.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기반한 보조금 규모는 미국 반도체 생산 및 연구 527억 달러, 자국내 생산 반도체 세액공제 390억 달러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의 보조금 공고를 시작으로 미 반도체과학법에 기반한 보조금 신청은 시작됐다.
미 상무부는 사전의향서를 먼저 접수받고 최첨단·성숙노드 공장은 이달 31일부터, 현세대·성숙노드나 후공정 제조시설은 6월26일부터 본 신청서를 받는다.
문제는 보조금 수혜 조건이다. 미 상무부는 군사용 반도체 공급과 반도체 생산시설 공개를 최우선 조건으로 걸었다. 다른 조항들 역시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1억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 수혜 기업이 초과이익을 내면 75%는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보조금으로 자사주 매입 제한 △공장 직원 등 노동자 보육 지원 △10년간 중국 등 우려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지속적 투자로 장기간 공장 운영도 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이달 중 공개할 가드레일 조항(guardrail provision)에는 중국 투자와 협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안보 이슈된 반도체…보조금은 국가간 협상 문제
미 정부가 보조금 지급의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경제 및 국가 안보'를 꼽으면서 반도체 문제는 국가 차원의 대응 이슈로 확대됐다. 우리 정부와 국회의 발걸음도 다급해졌다.
5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미국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간 동맹과 반도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별기업과 미 상무부간 협약 과정에서 상당 부분 조정·완화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이 가장 크게 문제시 하는 부분을 우선 순위에 두고 미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야 정치권도 정부의 대미 협상력 발휘를 촉구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보조금 수혜 조건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붕괴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 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등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 또다시 놓쳐선 안 된다'는 글을 게재하며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면서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민주당도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했다.
함구하는 기업들…상황 예의 주시
기업들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보조금을 받으면 규제가 심해지고 중국과의 관계도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보조금을 포기하면 미국과 반도체 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로선 어떤 입장도 밝히기 어렵다"면서 함구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아직은 가드레일 조항이 발표되기 전이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정부가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마지막까지 시간을 더 벌어본다는 분위기도 강하다. 의향서는 미리 내더라도 본 신청서 접수 마감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시간이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최첨단 공장을 신청하지 않거나 반도체 후공정을 선택하면 접수 신청 시점도 6월말로 늦춰진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아직 미국내 투자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주력할 반도체 분야도 패키징(후공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협상·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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