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바닥론' 비웃는 전셋값 하락…"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듯"

안재성 기자 / 2023-02-22 17:01:37
갭투자 수요 축소 및 역전세·'마이너스피' 야기
전셋값 하락, 시장에 전방위 하방 압력으로 작용
한문도 "금리 높고 입주량 많아…내년 하반기 반등"
김제경 "금리부터 하락해야 전세시장 살아날 것"
올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500건을 넘어 전월(837건) 대비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바닥을 찍고 슬슬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지금 집을 사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는 "올해 내내 집값 하락 추세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공감을 표했다. 

실제 주택 매매에서 일부 반등한 거래가 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전농동 래미안크래시티 전용 60㎡는 지난 5일 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13억5200만 원) 대비 5억200만 원 떨어졌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31㎡는 지난 17일 35억5000만 원에 매매돼 직전 거래(47억 원)보다 11억5000만 원 하락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전셋값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9.1% 내려 집값 하락률(6.9%)을 웃돌았다. 전셋값이 20~30%씩 급락한 곳도 여럿이다. 

가파른 전셋값 하락세 탓에 전세가율도 뚝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7%로,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 교수는 "전셋값 내림세는 집값에 뚜렷한 하락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전셋값이 반등하기 전에는 부동산시장에 서광이 비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숲. [UPI뉴스 자료사진]

전셋값 하락이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를 힘들게 해 주택 매수 수요를 감소시킨다. 

또 전셋값이 직전 계약보다 내려가는 역전세가 유행하면서 시세보다 싼 '역전세 매물'을 다량 야기한다.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코너에 몰린 집주인들이 집을 급매로 내놓는 것이다. 

최근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서 연달아 터져 나오는 '마이너스피 거래'(분양가보다 싸게 매매된 분양권)에서도 전셋값 하락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경기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말 4억2700만 원에 팔렸다. 분양가(5억4220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떨어진 가격이다. 

또 경기 양주 옥정신도시 디에트르 프레스티지 전용 75㎡ 분양권이 2억995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 분양가는 2억8800만~3억500만 원 수준이다. 발코니 확장비용(1500만 원)을 고려하면 분양자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한 매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잔금 마련에 실패한 분양자들이 분양권을 급하게 팔려다보니 마이너스피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자들은 대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지불한다"며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잔금 마련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마이너스피 거래는 전셋값 하락과 연관이 깊다"며 전세 수요가 줄고 전셋값이 떨어지니 분양자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입주율 하락으로도 연결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6.6%로 전월(71.7%) 대비 5.1%포인트 내렸다. 미입주 원인 중 '세입자 미확보'가 39.6%를 차지해 전월(22.0%)보다 17.6%포인트나 급등했다.  

부동산시장을 전방위 압박하는 전셋값 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한 교수는 "금리가 높은 데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이 많아 당분간 전셋값이 반등하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3만4000호, 내년은 약 3만9000호에 달한다. 입주물량이 클수록 전세 수요에 비해 매물이 많아져 전셋값이 상승하기 힘들다. 

김인만 소장도 금리와 입주물량에 주목하며 "내년 하반기에야 전셋값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현재 금리가 높아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오히려 비싸다보니 세입자들이 월세로 쏠리면서 전세시장이 무너졌다"며 "금리부터 하락해야 전세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재성 기자

안재성 / 경제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