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외면…"과점 폐해" 비판 자초한 이통사

안재성 기자 / 2023-02-16 16:41:37
소비자 쏠리는 '40~100GB' 요금제 회피·이익 증대…12년만에 최대 실적
국내 5G 요금, 美 이어 세계 2위…"소비자, 비싼 요금·낮은 품질 불만"
윤석열 대통령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를 가리켜 "과점 체제"라며 경쟁 촉진을 주문했다. 

이통3사는 불편한 기색이다. 하지만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를 외면하는 등 스스로 '과점 체제'의 폐해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 분야는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통신 서비스 품질과 요금제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통3사는 20년 넘게 국내 이동통신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39.8%가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다. KT 시장점유율은 22.7%, LG유플러스는 20.8%다. 

5G 시장으로 한정하면 이통3사 시장점유율은 더 뛰어오른다. SK텔레콤은 47.7%, KT는 30.1%, LG유플러스는 21.6%다. 거의 대부분을 이통3사가 점하고 있다. 

정부는 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8기가헤르츠(㎓) 5G 통신 주파수 대역의 800메가헤르츠(㎒)를 신규 사업자에게 싼값에 공급할 방침이다. 사람이 몰리는 일부 지역에만 28㎓를 위한 기지국을 설치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이통3사 기존 망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해 부담을 대폭 낮춘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안팎에서 제4이통사 후보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정보기술(IT)·플랫폼기업들이 오르내린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도 물망에 올랐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15일 브리핑에서 "주기적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공개하고, 알뜰폰 서비스 확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5G 요금제 도매대가를 인하해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5G 시장에 알뜰폰 진입을 촉진, 이통3사 점유율을 낮추려는 의도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관치'라는 지적이 나올 법 하지만, 여론은 오히려 이통 3사 측에 싸늘하다. 

30대 직장인 A 씨는 16일 "국내 이통사 5G 서비스는 품질은 별론데 요금만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LTE 서비스보다 요금은 비싸면서 속도 등 품질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통3사가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끝내 외면한 것이 과점 체제의 폐해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이통3사는 5G 서비스에 대해 오랫동안 실제 수요보다 훨씬 적은 10~12GB(기가바이트) 이하 요금제와 지나치게 많은 110GB 이상 요금제 두 가지만 유지했다. 타국 통신사들이 5G 서비스에 보통 7, 8개의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7월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이통사는 마지못해 20~30GB대 요금제 하나만 추가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40~100GB 구간 요금제는 결국 내놓지 않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5G 이용자 가운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쓴 1인당 월 평균 데이터양은 50.4GB다. 가장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구간 요금제를 제공하지 않아 불필요하게 비싼 요금을 내면서 110GB 이상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한 것이다. 

같은 데이터를 쓸 때 요금도 한국이 비싼 편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ICT총연에 따르면, 한국 5G 요금(20GB 데이터 제공 기준)은 6127엔(5만8000원)으로 미국 7312엔(7만 원)에 이어 세계 2위다. 독일(5927엔·5만7000원), 프랑스(3130엔·3만 원), 영국(2741엔·2만6000원), 일본(2445엔·2만3500원) 등 해외 선진국보다 비쌌다.  

이는 이통3사의 이익을 늘려줬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은 총 4조38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지난 2010년(4조9490억 원) 이후 12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요금은 비싼데 소비자는 서비스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유지은 ETRI 지능화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5G 서비스의 요금과 속도 등 품질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이통3사도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만 19세 이상 가입자에 데이터 30GB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 기한을 3월 한 달로 제한하면서 '생색내기'라는 혹평을 불렀다. 한 달 동안 데이터를 30GB나 추가로 쓰기는 힘들어 결국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한 달 평균 물 30ℓ를 마시는 사람에게 3월에만 30ℓ를 더 줄 테니 한 달 안에 다 마시라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데이터 사용 기한을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로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통3사가 계속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미루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들과 협의해 상반기 중으로 40~100GB 구간 요금제 등 다양한 5G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통3사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요금제는 고객 요금제 정보, 데이터 소비량 등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기반으로 이뤄지므로 빠른 시간 내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망설일수록 제4이통사 선정에 정당성만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가 강하게 압박하는 만큼 이번에는 중간요금제 출시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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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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