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비웃는 4대 금융 '자사주 소각' 우회

안재성 기자 / 2023-02-13 16:37:42
배당성향은 소폭 하락…자사주 매입·소각 통해 주주환원율 '쑤욱'
배당·자사주 소각, 자기자본 감소 유발…손실흡수능력 하락 우려
모텔 등 숙박업소는 청소년 남녀 혼숙을 불허하고 있다. 청소년이 성관계 장소로 이용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지난 몇 년 간 '신변종 룸카페'가 대유행했다.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 안에 침구류와 욕실까지 갖춰놓고 청소년 남녀를 손님으로 받았다.

편법을 썼기에 가능했다. 숙박업이 아닌, 일반음식점업으로 등록해 규제를 피해간 것이다. 

신변종 룸카페에서 일한 아르바이트생 A 씨는 13일 "방문객 90% 이상이 청소년 커플이다. 이들은 대부분 룸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매일 콘돔이 대거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변종 룸카페가 이슈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칸막이로 구분된 룸을 갖춰 성행위 가능성이 있는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했더라도 청소년 출입을 금지토록 한 것이다. 대대적 단속도 진행중이다. 

▲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2022년 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크게 상향시킬 계획이다. [UPI뉴스 자료사진]

최근 금융당국과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 사이에 배당을 놓고 벌어진 '숨바꼭질'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4대 지주가 지난해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도 올라가자 금융당국은 미리 찬물을 끼얹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은행 등 금융사들이 배당보다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등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배당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은행이 배당을 많이 할수록 자기자본, 정확히는 자기자본 항목 중 이익잉여금이 감소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떨어진다. BIS비율은 은행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상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한 자산)으로 나눠 구한다. 

따라서 배당을 늘리면서 BIS 비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위험도가 높은 자산, 즉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여야 한다. 이 원장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을 감안해 은행은 배당을 자제했다. 4대 지주 2022년 배당금은 총 4조416억 원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지만, 배당성향은 소폭 하락했다. 

4대 지주 2022년 평균 배당성향은 25.5%로 전년(26.0%)보다 0.5%포인트(p) 낮아졌다. 신한지주는 2021년 배당성향 25.2%에서 2022년 22.8%로 2.4%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지주는 1.0%p, 우리지주는 0.7%p 오르고, KB지주는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총 배당금을 당기순익으로 나눠 구한다. 4대 지주는 이익 증가분에 비해서는 배당을 적게 늘린 것이다. 

하지만 4대 지주가 금융당국 방침에 충실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우회로'를 찾았다. 

KB금융지주는 오는 5월까지 3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별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올라간다. 배당과 똑같이 주주의 이익을 늘려주는 주주환원인 셈이다. KB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해 총 주주환원율이 33%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내로 1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방침이다. 그 후에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거듭해 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연내 1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주환원율을 30%로 올릴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2분기 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율 30% 달성을 약속했다. 4대 지주 모두 배당성향은 엇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실제 주주환원율은 크게 상향시킨 것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에게 이익이란 점뿐 아니라 은행 자기자본을 감소시킨다는 점도 배당과 똑같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손실 흡수 능력 하락 및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감소로 연결될 위험도 똑같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은 대환영이나 결국 '배당'에만 초점을 맞춘 금융당국 압박을 우회로로 무력화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나 이 원장은 원론적인 부분을 말한 것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은 금융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며 당국은 간여하지 않는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 흡수 능력 하락 및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4대 지주 모두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역시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으므로 이번 주주환원 확대를 금융당국도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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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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