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대로 더 써보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
조용호 작가의 소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이 제28회 한무숙 문학상을 수상했다. 조 작가는 UPI뉴스 문학전문기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시상식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에서 열렸다. 이번 문학상은 2022년도에 발표된 소설 중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 8명의 작품을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한 뒤 김주연, 오정희, 서하진 심사위원이 2차 심사를 거쳐 조 작가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 소설은 젊은 시절 야학연대에서 만난 인물들이 검거와 추적을 피하는 과정으로 문을 열고 그 상황에서 실종된 여성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여정, 그리고 마침내 여성의 흔적을 만나는 이야기로 마감한다.
서하진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야학연대에서 만난 여성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지난 시기의 가열찬 고통과 희생과 상처를 불러내지만 후일담에 갇히지 않은 것은 인물의 내면을 향한 절도있는 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우직함과 담담한 문체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라며 "그 여성일 것으로 짐작되는 여자가 뱃전에서 바람을 맞으며 항구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한편 영리한 마무리를 택함으로서 그 여자, 하원 찾기가 우리 모두의 기억찾기, 길찾기, 문학 찾기로 확대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한무숙문학상 역대 수상자 박범신 작가는 축사에서 "조용호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대수술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이 작품을 탈고할 만큼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더 큰 작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수상소감으로 "생업을 과감하게 놓지 못한 채 30여 년 동안, 늘 한 쪽 구석에는 집필에 대한 갈증과 미련을 접어둔 채 일과 일 사이, 소설을 붙들고 씨름했다"며 "그렇게 단편들을 써냈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장편은 쉽지가 않았다. 첫 장편은 단기 휴직원을 내고 토지문화관에 들어가 시동을 건 뒤 5년 만에 펴냈지만, 이후 다시 붙들게 된 장편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에너지는 갈수록 고갈되고 급기야는 두 번에 걸친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은 어렵게 햇빛을 보았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제 마음 속 행로는 대하소설의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절 치열하게 살면서 고통받던 이들이나 세상을 떠난 이들에 비하면 이 정도의 수고는 너무나 가벼운 치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누구나, 어느 작가나,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목소리와 빛깔로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제 제대로 더 써보라는 큰 격려로 이 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상훈 선임기자 jo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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