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 더 얼어붙을 것…추가 규제 완화해도 살리기 어려워"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윗돌은 사력을 다해도 막을 수 없다. 바닥에 닿아야 멈춘다.
최근 부동산시장 흐름이 이와 비슷하다. 정부가 화끈하게 규제를 풀었는데도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둑이 터지는데 두 팔 벌려 막으려는 시도"(이종우 이코노미스트)라는 지적대로다.
정부는 올해 초 분양주택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의무 폐지, 중도금대출 전면 허용 등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면서 이를 소급 적용했다. 이미 일반분양을 끝낸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를 겨냥한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둔촌주공법'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18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에 따르면, 전날 끝난 둔촌주공 일반분양 물량 계약률은 약 70%에 그쳤다.
전체 일반분양 물량 4786채 중 1400채 가량이 미계약된 것이다. 전용 59·84㎡ 계약은 상대적으로 선전했으나 소형 평형 계약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계약률을 공개되지 않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마 70%를 밑돌 것"이라며 "계약률이 높았다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단 측은 "계약률 고지 의무가 없다"며 계약률 공개를 거부했다. 시공단 관계자는 "무순위 청약 직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둔촌주공은 2월 중 청약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진행한 뒤 그래도 물량이 남을 경우 3월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예비당첨자 계약은 물론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4인 가구가 살기 어려운 전용 39·49㎡ 소형 평형은 계약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둔촌주공 소형 평형은 2000세대가 넘는다.
정부가 살리려고 애를 쓸 만큼 대규모 단지, 일반분양 포함 1만2000세대가 넘는 둔촌주공의 계약 부진은 전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전망이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충격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수요가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집을 사는 걸 더 꺼리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집값이 아직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서울 거주자 중 약 70%가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다. 소득 수준과 집값을 고려할 때 서울 주택을 살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전체 거주자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집을 살 만큼 여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하락세가 둔촌주공 계약 부진을 불렀고, 이어 계약 부진이 부동산 침체를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분양단지들이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자들의 가격 하락 기대심리가 크다. 올해 분양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분양가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분양을 포기하는 단지들도 여럿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체가 깊어지면,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도 규제를 풀고,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더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그래도 부동산시장을 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강 대표는 "금리가 뚜렷한 내림세를 나타내야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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