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키즈' 공화당 강경파, 트럼프의 지지 당부에도 '반란표'
트럼프가 뿌린 '분열의 씨앗'…의회 공전 사태 장기화 우려 지난 3일(현지시간) 제118대 미국 하원 의회가 개회했다. 하지만 하원은 문만 열었을 뿐, 의회를 이끌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미 하원 의장은 원내 다수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표결은 사실상 요식행위인 것이다. 한국 의회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원내 다수당인 공화당의 원내대표가 과반(218표) 득표에 실패한 것이다. 미 하원 의장 선출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100년 만이다.
100년만의 '넘버3' 공석…공화당 '프리덤 코커스' 소속 강경파가 반란 주도
미 하원 의장 선거는 알파벳 이름순으로 호출된 의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호명 투표라고 부른다.
개원 전에 공화당에선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원내대표가, 민주당에서는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원내대표가 각각 의장 후보로 추천돼 호명 투표가 진행됐다.
하원은 전날에 이어 4일에도 개원 이틀째 본회의를 열어 의장 선출 투표에 나섰으나 어느 누구도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의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의회 공전 사태의 장기화도 우려된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4·5·6차 의장 선출 투표를 했으나 공화당 내에서 반란표가 이어져 의장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201표 확보에 그쳤다.
보수 강경파 의원 20명이 제3후보인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지지하고,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이 전날과 달리 매카시 원내대표 지지를 철회하면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과반 지지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해 11·8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222석을 확보했지만 21석의 이탈 표가 나온 것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212명 전원이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소속이 주축을 이룬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하원의장 불신임 투표 발의 정족수를 5명에서 1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남부 국경 요새화 법안, 예산 지출 요건 강화 등도 요구 목록으로 고수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들을 설득했지만 진전이 없자, 하원은 정회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6, 반대 214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표결을 하루 뒤인 5일 정오로 미뤄 의장 선출 투표를 속개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정회 뒤 "오늘 밤 투표를 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향후 투표에선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일 정오까지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하원은 전날 의장 선출을 위해 1·2·3차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란표가 속출하는 바람에 의장 선출은 물론, 원구성에 실패했다.
전날 1차 투표 결과는 공화당이 추천한 매카시 원내대표(203표), 민주당이 추천한 제프리스 원내대표(212표), 공화당 '프리덤 코커스' 강경파 의원들이 내세운 제3의 후보인 앤디 빅스 의원(19표) 등이었다.
연이어 실시된 2·3차 투표에선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이 제3의 후보로 짐 조던 의원을 추천한 뒤 각각 19표, 20표를 몰아줬다. 민주당은 1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제프리스 원내대표(212표)에게 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하원은 지난 1923년 9번의 투표 끝에 당시 프레더릭 질레트 하원 의장을 선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헌정사 100년만의 '넘버 3' 공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은 OK(Only Kevin) 진영과 NK(Never Kevin) 진영이 고착"
하원은 의장 선출 이후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선출 등을 마무리 지어야 본연의 입법 활동에 들어갈 수 있다.
공화당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했다. 다수당이 되긴 했지만 공화당 222석, 213석으로 압승을 거두진 못했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맥이친 의원(민주, 버지니아)이 대장암으로 사망해 민주당은 212석으로 줄었다.
그 결과, 단 몇 명의 이탈자만 나와도 뜻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약점이 이번 하원 의장 선거에서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분열의 씨앗을 뿌린 이후 극우파에서 중도파에 이르기까지 여러 파벌로 분열되어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 "공화당은 OK(Only Kevin) 진영과 NK(Never Kevin) 진영이 고착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버 케빈' 진영은 의회 규칙의 변경을 원하는 공화당 '프리덤 코커스' 그룹의 폴 고사(Paul Gosar, 애리조나), 로렌 보버트(Lauren Boebert, 콜로라도)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프리덤 코커스'는 극우 공화당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친 트럼프' 성향을 보여 '트럼프 키즈'로도 불린다. 이들은 트럼프의 매카시 지지 당부에도 '반란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카시 원내대표가 이들과 물밑 협상을 벌여 강경파 요구안을 수용해 사태가 일단락된다 해도 공화당의 내홍과 의회 운영 과정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 의석은 435석인데 의장에 당선되기 위해선 기권표를 제외한 과반 득표가 필요하다. 사망으로 인한 결원 1명을 제외하고 434명이 투표할 경우 218표가 필요하다.
당선을 확정 짓지 못하면 의원들은 한 후보가 과반의 지지를 얻을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게 된다. 다만 의원들은 기권(no vote)하거나 '출석 투표'(출석만 하고 투표는 하지 않는 방식)를 결정할 수 있다. 과거에도 기권하거나 호명을 하지 않는 '출석 투표' 방식으로 의장을 선출한 전례가 있다.
이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켄터키 주를 찾아 협치·통합 행보를 이어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출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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