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할래요"…세입자 일방 통보에 속타는 집주인들

안재성 기자 / 2022-12-26 16:30:10
임대차3법, 갱신청구권 쓴 세입자 해지권한 보장…석달후 전세금 돌려줘야
"전셋값 급락하면서 세입자 일방 해지 통보 늘어…집주인은 대항 수단 없어"
김 모(남·55) 씨는 서울 아현동에 사는 2주택자다. 실거주 중인 아파트 외에 투자 목적으로 같은 단지 내 아파트 한 채를 더 사뒀다. 

임대한 아파트는 올해 초 세입자와 전세 연장 계약을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되 전세보증금은 예전과 같은 11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요즘 전셋값이 하락세라 김 씨가 임대한 아파트도 주변 전세 시세가 7억 원까지 떨어졌다. 김 씨는 계약 연장 시기가 절묘했다고 생각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이달 초 갑자기 세입자가 일방적으로 전세 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다. 3개월 후에 나갈 테니 그때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란 요구였다. 

김 씨가 거절하자 세입자는 "법적으로 세입자에게 보장된 권리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황당해 하면서 공인중개사와 상담했는데, 공인중개사도 세입자와 똑같은 얘기를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썼을 때는 세입자에게 언제든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공인중개사는 "요즘 이런 사례가 많은데,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단은 없다"고 머리를 저었다. 그는 "새로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설령 구해도 차액 약 4억 원을 어찌 마련할 거냐"고 지적했다. 이어 "현 세입자를 설득해 전세보증금을 1~2억 원 가량 낮추거나 역월세를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바꾸는 게 최선"이라고 권했다. 김 씨는 한숨만 나왔다. 

▲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UPI뉴스 자료사진]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최근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전세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전셋값은 급락세인데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제)이 세입자에게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은 계약이 성립한 날로부터 2년 간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계약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도 일방적인 해지 통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가 개인 사정으로 계약 조기 종료를 요청해도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다. 소송전으로 번져도 집주인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묵시적 갱신만 다르다"고 했다.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된 경우 집주인은 여전히 2년 간 일방적인 해지를 할 수 없지만, 세입자는 가능하다. 세입자가 해지를 통보하면 3개월 후 효력이 발생한다. 집주인은 3개월 내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세입자에게 묵시적 갱신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계약서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명시한 경우 묵시적 갱신과 똑같이 세입자의 일방적인 해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입자가 해지를 통보하면 집주인은 3개월 내로 전세금을 반환해야 한다. 대항 수단은 없다"고 강조했다. 

집주인에게 불리한 법조항이지만, 전셋값이 오르던 시기에는 문제되지 않았다. 신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있으니 집주인에게도 이득이어서였다. 

하지만 요새는 전셋값이 가파른 하락 추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나 작년 말에 전세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들이 요새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케이스가 잦다.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니 가만히 있으면 손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소연하는 집주인들이 많지만, 소송 가도 질 게 뻔하니 대항 수단이 없다. 현 세입자를 잘 구슬러서 전세보증금을 일부 깎아주거나 역월세를 주는 형태로 새로운 계약을 맺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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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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