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소멸시효 무시…2019년 권익위원회 개선방안 제안도 외면 #1.경남 창원에서 소규모 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한국전력으로부터 지난 6년 간 잘못 부과된 전기요금 2000만 원을 납부하라는 통지서를 받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정상요금보다 더 낮은 전기요금을 부과한 것이 확인돼 사용자인 A씨에게 6년치 과소부과된 요금을 일괄정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2.창원의 또 다른 공장 대표 B 씨는 올해 계기 고장으로 사용량이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9000만 원의 요금을 더 냈다가 환불을 받았다. 환불 통보를 받았을 때는 기뻤지만, 이번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서 개운하지 않았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적게 부과하거나 과다 청구하는 사례가 연간 평균 1만5000건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적게 청구한 경우 채권 소멸시효 적용도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독촉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올해 말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무려 3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이 자기들 잘못으로 빚어진, 잘못된 전기요금 부과를 역추적해 사용자에게 '전기요금 폭탄'까지 떠안기고 있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난 10월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 5년간 전기료를 적게 걷었다가 나중에 추가 청구한 사례는 총 7만4000건(연간 평균 1만4800건)이고, 금액으로는 47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한전이 전기요금을 적게 부과하거나 많게 부과하는 사례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한 가운데 민법상 소멸시효인 3년을 지키지 않는 불법 징수 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창원 A 씨의 경우 한전은 6년 간의 과소청구된 전기요금을 모두 납입해 달라고 했지만, 이는 위법일 가능성이 크다.
전기요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6호의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대법원 2013다84940)
따라서 A 씨가 6년간 정상요금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냈다고 하더라도 한전이 추가 납부를 요구할 수 있는 과소 부과요금은 3년치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20일 한전 경남본부를 방문해 과소부과 요금을 문의한 A 씨는 "한전 측으로부터 전기요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설명도 듣지 못했고, 6년치를 다 내야한다는 말만 들었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소멸시효 문제를 따지자, 그제사 '납부액을 절충해 보자'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기요금 분쟁과 관련, 일찍이 국민권익위원회는 한전 측에 전기요금 추가 청구 및 납부 방법에 대한 개선 방안을 직접 제시하면서,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9년 한전에 대해 "과소 청구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규정이 없이 사용자에게 요금 미납을 이유로 일방적인 추가요금을 청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갑작스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권익위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변압기 신설·증설 등 전기공급환경이 변경된 경우 이에 따른 요금변경 안내문구를 다음달 최초 청구서에 기재·통보하는 것이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추가납부에 대한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사용자들이 충분한 분할 납부기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식 및 절차도 규정하도록 했다.
또 전기공급환경 변경시 1년 간 정기적으로 과소청구 여부를 점검해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한편, 사용자와의 분쟁 발생의 원인이 된 계약종별 변경사항에 대한 세부기준 및 해석지침 등을 개정 및 보완하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권익위의 친절한 제도 개선 제시까지 한전은 받아들이지 않고, 여전히 민법상 규정된 채권 소멸시효를 외면한 채 대법원 판례까지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전으로부터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A 씨는 "한전은 누적 영업손실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요금징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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