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앞둔 집주인들의 비명 "싸게라도 팔고 싶다"

안재성 기자 / 2022-12-16 17:14:16
굴러 떨어지는 전셋값…하락분만큼 목돈 마련 쉽지 않아
집 팔고 싶어도 수요 없어…"급급매도 안 팔린다"
윤 모(50·남) 씨는 2주택자다. 거주 중인 서울 불광동 자택 외에 투자 목적으로 지난해 같은 단지 내 아파트를 한 채 더 사뒀다. 

작년까지는 투자 성과에 만족스러웠지만, 올해 들어 거꾸로 바뀌었다. 집을 사느라 빌린 돈이 아직 3억 원 가량 남아 있는데, 금리 상승 탓에 이자부담이 급증했다. 집값은 매수가 이하로 내려가 고통이 더 크다. 

윤 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전셋값까지 급전직하 중이란 것이다. 최근 같은 단지 동일평형 전세보증금 시세는 윤 씨가 세를 놓은 집보다 1억 원 이상 떨어졌다. 세입자에게 그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추가 대출을 받기 힘든 윤 씨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다. 설령 대출이 나온다 해도 더 늘어나는 이자부담을 견디기 힘들다. 

윤 씨는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심, 투자 목적으로 산 집을 매물로 내놨다. 매수가보다 1억 원 가량 낮춘 가격이었다. 하지만 팔리긴 커녕 매수 문의조차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전세 만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윤 씨는 요새 고민이 깊어 밤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올해 들어 고금리와 집값 하락 여파로 전셋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서울 전셋값은 전월 대비 1.84% 내렸다. 10월(-0.96%)보다 하락폭이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전셋값 하락은 집값 하락 이상으로 집주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세 만기가 되면, 전세보증금을 올려 받긴 커녕 오히려 수 억 원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고액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대출을 받는다 해도 이자부담이 크다. 

견디다 못한 집주인들이 소유 주택을 매물로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가격을 낮춰도 반응이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급급매도 팔리지 않는다. 아예 매수 문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전셋값 하락분을 충당하기 어려워 싸게라도 매각하려는 집주인들은 많지만, 집이 팔리질 않으니 발만 동동 구르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5주 연속 60대에 머물면서 매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금리가 높고 집값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요새는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갑'이다. 전세 만기가 다가올수록 세입자가 나간다고 할까 봐 집주인들이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하는 집주인들에게 모두 신규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현 세입자를 잘 설득하는 게 최선이라고 권한다"고 했다. 이어 "역월세는 물론, 수리비까지 집주인이 전부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덧붙였다. 

집값과 전셋값의 동시 하락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 집값이 올해 말까지 2019년 말 대비 10%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내년 이후 5% 정도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 

한문도 연세대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집값은 내년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은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었다. 이미 30~40% 떨어진 곳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분간 집값 반등은 어렵다.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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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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