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 '드론' 연속 피격에 확전 위기 고조되나

김당 / 2022-12-07 17:22:00
러, 국가안보위 열어 대응책 논의…미, "제공무기는 방어용" 위기관리
수백㎞ 떨어진 본토에 피해…"모스크바도 불안" 심리적 타격 가능성
NYT "개전후 가장 대담한 공격"…CNN "핵심변수는 서구 인내와 지원"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 본토의 군사시설이 연이어 공격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확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드론 공격을 당한 러시아 랴잔 댜길레보 기지와 엥겔스-2 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지역으로 수도 모스크바와 가깝다. 최근 일련의 공격은 국경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연속으로 벌어져 과거의 공격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대부분 접경지대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최근 일련의 공격은 국경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연속으로 벌어져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러시아 공세 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전장에서의 성공을 최대한 활용하고 러시아군이 전장 주도권을 되찾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겨울 동안 공세 작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들판을 '진흙바다'로 바꾸는 봄은 '악몽의 전투'이지만 겨울은 기계화 전쟁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며 12월 말 극심한 동결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기상 조건을 이용한 반격 작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 러시아 전략 폭격기 항공연대의 본거지인 엥겔스-2 기지의 위성 이미지 [Maxar 이미지 캡처]

이와 관련 주목을 끈 것은 지난 5일 러시아의 랴잔주 랴잔시, 사라토프주 엥겔스시의 군 비행장 2곳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비행기 2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랴잔과 엥겔스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80~720㎞ 떨어진 지역으로 수도 모스크바와 가깝다. 러시아 전략 폭격기 훈련센터인 랴잔 댜길레보 기지는 모스크바에서 200㎞, 전략 폭격기 항공연대의 본거지인 엥겔스-2 기지는 700㎞ 이내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사건이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와 몇몇 전쟁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UAV(무인기)를 사용해 엥겔스-2 공군기지와 댜길레보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두 공군기지에는 제121 중폭격기 연대 등 전쟁 내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러시아 전략 폭격기 함대를 구성하는 항공기들이 있다.

▲ 러시아 엥겔스-2 기지와 댜길레보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 전후 두 기지의 위성 이미지를 비교분석한 유튜브 영상에는 러시아 Tu-160 폭격기의 꼬리 부분이 파손돼 있다. [유튜브 캡처]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에 따르면, 엥겔스 기지의 일부 전략 폭격기 및 미사일 캐리어와, 댜길레보 기지의 연료 트럭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드론 공격 전후 두 기지의 위성 이미지를 비교분석한 유튜브 영상에는 러시아 Tu-160 폭격기의 꼬리 부분이 파손돼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격이 의도적으로 러시아 장거리 항공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이 기지가 우크라이나 공격의 분명한 표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하게 방어하지 않았다며 군 당국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드론 공격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하일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크렘린이 '무언가가 다른 나라의 영공으로 발사되면 조만간 알려지지 않은 비행 물체가 출발 지점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라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남겼다.

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자국의 인프라(기반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을 방해하고 러시아의 전략 자산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과시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드론 공습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러시아 본토까지 끌고 갈 역량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를 향한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7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공습을 가했으나, 공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주의 비행장이 또 다른 드론 공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크렘린궁은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내 안보' 보장을 위해 국가안보위원회(화상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위 회의가 지난 2일에 이어 4일만에 다시 열린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 크렘린궁은 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내 안보' 보장을 위해 국가안보위원회(화상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회의의 구체적 주제와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벌어진 러시아 국내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영토에 대한 테러 공격에 맞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다면 모스크바도 타격할 수 있다는 군사 평론가들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던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도 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에 러시아가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러시아가 핵무기 위협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포함해 자국 영토가 침공받을 경우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러시아군에 영향력이 있는 군사블로거들은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하고 러시아 영토 내에서 대테러 조치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군사블로거는 두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이 다수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를 손상시켰기 때문에 핵보유국으로서 러시아의 합법성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커지는 확전 위기의 수습에 나섰다. 미국은 확전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구에도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전쟁 무기들이 방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도 권고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모스크바조차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러시아 당국이 대응을 고심하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인 장거리 무기를 개발하거나 확보하려는 것을 막으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자체 역량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 CNN은 6일 분석기사에서 "러시아의 굴욕은 일반적으로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면서도 "핵심 변수는 서구의 인내와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CNN 화면 캡처]

CNN은 이날 분석기사에서 "러시아의 굴욕은 일반적으로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면서도 "적어도 지금은 러시아의 핵 공격이 테이블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먼저 찾아보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겨울에는 춥지만 승리하고 천천히 더 잘 무장하고, 러시아는 겨울에는 춥지만 패배하고 서서히 군사적으로 무너진다"면서 "핵심 변수는 서구의 인내와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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