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걸림돌 될 때 많아…아파트만 따로 재건축할 수도" 19년 만에 마침내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음에도 서울 대치동 아파트 매매는 썰렁하기만 하다. '재건축 바람'만 불어도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지난 10월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은마아파트 매매건수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심의 통과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 흐름도 좋지 않다. 실거래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실거래가보다 매도호가 더 낮은 매물도 여럿 나왔다.
대치동 공인중개사 임 모(50·남) 씨는 "심의 통과 전이나 후나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집주인들만 종종 연락해 집값을 얼마나 더 낮춰야 팔릴 듯 하냐고 물어볼 뿐"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집값 고점론' 등으로 주택 수요가 증발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GTX', '상가 이슈' 등도 재건축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50m를 관통한다. 재건축 추진위를 비롯해 일부 주민들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등을 염려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노선 변경에는 난색을 표한다.
상가 이슈는 GTX 이상의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임 씨는 "재건축 투자자들은 상가에 대해 항상 질문한다. 아직 진전이 없다고 하면 매수 의사를 접는다"고 했다.
은마아파트 단지 은마상가는 매우 큰 상가로 소유주만 380여 명에 달한다.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려면 아파트 소유주 75% 및 상가 소유주 5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최정희 은마 재건축추진위원장은 "내년 3월까지 동의율을 채워 조합설립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요새 상가 소유주들이 자신들에게도 아파트 한 채씩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 사업장에서 상가 이슈는 종종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은마아파트 상가 이슈는 더 민감하다.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되는데, 이 중 일반분양은 676가구에 불과하다. 상가 소유주 380여 명에게 아파트 한 채씩 나눠주면 일반분양 물량이 반토막난다. 그만큼 아파트 주민들 부담이 커지니 쉽게 동의해줄 리가 없다.
상가 소유주들은 아쉬울 것 없다는 자세다. 은마상가 지하에서 떡집을 경영하는 이 모(52·남) 씨는 "은마상가는 장사가 매우 잘되는데, 재건축하면 몇 년 간 장사를 못한다.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기 전에는 재건축에 동의할 까닭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은마상가 이슈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지적했다. 상가 이슈 탓에 재건축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상가 이슈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가 이슈 하나로 10년 이상 끌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상가를 떼놓고 아파트만 따로 재건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가도 노후화된 터라 되도록 같이 재건축하는 게 좋다"면서도 "아파트만 재건축하는 걸로 추진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도 "상가 소유주들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 때는 상가를 떼놓고 아파트만 따로 재건축할 수 있다. 이미 그런 케이스들이 여럿"이라고 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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