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완력' 전쟁통으로 변한 아파트…'주민들 생이별' 경찰 뒷짐

박유제 / 2022-11-25 15:33:31
김해 풍유동 10층짜리 19세대 두달째 고통 겪어
용역회사 직원들, 현관서 주민 통제 '공포 분위기'
단전단수-집 출입 통제에 출입문 용접까지 '살벌'
아파트 주민이 집 출입을 통제받으면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하릴없이 단전·단수를 당하고 있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특히 경찰이 해당 주민들의 잇단 신고를 받고도 용역회사 직원들의 완력에 못이겨 2개월이 넘도록 뒷짐만 지고 있다면 이 또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은 시행사와 시공사 사이에 유치권 행사를 둘러싸고 분쟁에 휩싸인 김해시 풍유동의 A아파트 B동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다. 

▲ 김해 풍유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입주민을 통제하고 있는 용역회사 직원들 [입주민 제공]

10층 규모에 19세대가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 현관 입구에는 현재 용역회사 직원 10여 명이 2개월째 진을 치고 있다.

아파트 시공사 대표와 건물주 간의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합법적인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용역회사 측 주장이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이들이 아파트 입주민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아파트 외부와 내부를 가리지 않고 붉은 페인트칠을 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모두 제거하는 바람에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입주민 통제가 시작되면서 출근했던 남편은 다시 집을 들어오지 못해 본가에서 출퇴근을 하거나,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생이별'을 하고 있는 입주민도 있다. 겁에 질린 미혼의 여성 직장인이 심야시간에 괴성을 지르는 바람에 119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4개 세대에 대해서는 용역회사 직원들이 출입문을 용접하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는 경악스러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용접 기술이 있는 입주민이 있어 출입문은 다시 개방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입주민들의 공포는 더 심각해졌다.

지난달 20일께부터는 하루 두 세번씩 단전·단수도 이뤄지고 있다. 용역회사 측이 전기를 차단하는 바람에 냉장고 음식물이 상하거나, 난방이 안 돼 추위에 고통을 받는 입주민도 있다. 또 일부 세대의 수도꼭지를 잘라내는 바람에 수돗물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UPI뉴스가 확보한 용역회사 직원들과의 대화내용 녹음파일에는 입주민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는 부분이 많다. 입주민에게 툭하면 '지×하고 있네'라거나 심지어 신체 모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입주민들이 더욱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경찰의 반응이다. 공포감과 단전·단수 등으로 여러 차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이 도를 넘은 용역회사 직원들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철수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없이 매번 '빈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경찰 출동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입주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엘리베이터 차단 등 기본 생활권 박탈에 대한 호소를 담아 경찰에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입주민들은 "소유권 분쟁에 경찰이 개입하라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현재 장기간 공포를 느끼고 있고, 졸지에 '이산가족'까지 돼 있는데다 출입까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경찰이 개입하지 않으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두 차례의 고소장을 접수,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조사 중인 사안이라 밝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소유권 분쟁이 있다보니 경찰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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