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중-러 반대속 14개국 장외성명…美 "의장성명 추진"

김당 / 2022-11-22 10:59:40
北 ICBM 대응논의 성과 없이 종료…향후 의장성명 채택 주목
美 "ICBM 8회, 탄도미사일 63회 발사해 안보리결의 63회 위반"
美 "중-러 방해가 세계안보 위협"…中 "훈련중단 등 신의 보여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를 마쳤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운데)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 밖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14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이해당사국'인 한국, 일본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공식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이 '미국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중-러 대 서방'의 이견 속에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하겠다고 밝혀, 향후 채택 가능성이 주목된다.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전체 이사국 중 과반이 찬성해야 채택되는 의장성명은 언론성명보다는 수위가 높은 대응으로 인식되지만, 두 성명 모두 강제력을 갖는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2017년 8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최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며 "안보리의 모든 동료들이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우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과 같은 강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대응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에 북한의 추가 ICBM 도발에 제재를 강화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이 조항을 근거로 당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5월 실시된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이후 중국은 새로운 대북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의 위험한 수사와 불안정한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장성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압박한 셈이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를 마쳤다. [유엔 웹TV 캡처]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이번 ICBM 발사가 올해 8번째 ICBM 발사이자 2022년 전례 없이 이뤄진 6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 한 부분"이며 "이는 북한의 연간 최고 발사 기록인 25발보다 2.5배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63차례에 걸쳐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처벌받지 않고 행동해 왔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두 안보리 이사국의 노골적인 방해가 동북아와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중-러를 겨냥해 비판했다.

이날 안보리 이사국 대부분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안보리의 단합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알바니아,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은 추가 대북 조치에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는 안보리 비이사국인 한국과 일본이 관련국 자격으로 참가해 안보리에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 2개 이사국, 즉 중국과 러시아가 새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이후 북한은 4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기 사용을 법제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7년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 2397호'엔 북한이 추가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정제유 반입 허용량을 기존보다 더 줄인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주재 일본대사는 북한 ICBM의 추정 사거리가 1만5천km에 이른다며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를 위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사태의 책임을 미국 정부에 돌렸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이 하루빨리 결단하고, 성의를 보이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내놓는 것은 물론,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형식적인 대화를 실질적인 대화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과정에 남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쥔 대사는 이날 약 4분간 중국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거나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미국의 적대적 활동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거듭된 요구를 일관되게 무시해 온 서방국가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다"며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대화의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안보리는 미국이 제안한 의장성명에 대한 추가 논의 없이 곧바로 회의를 종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의장성명을 추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안보리 차원의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아일랜드, 인도,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와 내년 안보리 이사국으로 선출된 일본, 에콰도르, 몰타, 스위스 그리고 이해당사국인 한국과 호주 등 14개국은 회의장 밖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14개국은 공동성명에서 "안보리가 북한의 행동을 단합된 목소리로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당

김당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