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에는 백약이 무효…내년에 더 떨어질 것" 정부는 10일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규제지역은 서울 외에 경기 성남, 과천, 하남, 광명 등만 남게 됐다.
규제 완화로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는 게 정부 의도지만,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전문가들 생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팽배한 '집값 고점론', 가속화하는 집값 하락, 거듭된 금리 상승으로 무거워진 이자부담 등으로 규제를 풀어도 돈을 빌려 집을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017년 이후 작년 10월(고점)까지 106% 상승했다. 이후 현재까지 하락률은 단 9%다. 여전히 2017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수요가 증발했다. 급매물 외에는 관심 가지는 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매물조차 더 깎으려는 이가 다수"라고 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집을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 규제를 풀어줘도 새롭게 집을 사러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집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함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규제를 푼 이유에 대해 "급격한 시장 냉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완화의 약발이 먹히기 힘든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출규제 완화만 해도 돈을 빌려 집을 사기에는 금리가 너무 높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7% 선을 돌파했다.
연 7% 금리로 10억 원을 빌려 집을 살 경우 매달 약 670만 원의 원리금을 감당해야 한다. 5억 원만 대출받아도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300만 원을 넘는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부담이다.
매수 수요 증발로 집값은 가파른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8% 떨어져 역대 최고 하락폭을 기록했다. 24주 연속 내림세다.
매매 규모도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누계)은 41만7794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떨어지니 매수 대기자들이 더 움츠러들게 돼 하락세를 더 부추기는, 대세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집값이 한 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어떤 정책으로도 되돌리기 어렵다"며 "백약이 무효"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를 써도 경착륙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연착륙은 없다"며 "내년 상반기쯤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깊어질 경우 집값은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대표 역시 "내년 부동산시장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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