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하원 탈환·민주당, 상원 '수성'…바이든 '절반의 승리'
바이든 "낙태권에 분명한 메시지"…트럼프 재선 도전 '빨간불' 미국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11·8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 상징색인 적색 물결)'가 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화당이 하원을 간신히 탈환하는 '잔물결'에 그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언론과 전문가들이 거대한 적색 물결을 예측했지만 그것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은 '강력한 밤'을 보냈다"며 "공화당 동료(의원)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엄청난 저녁이다. 환상적인 후보들의 놀라운 성과"라며 중간선거를 선제적으로 승리로 규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거대한 레드 웨이브가 일어날 것"이라고 장담한 것에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감추기 위한 억지 웃음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중간선거 개표 결과는 민주당에게 '놀라운 밤'이 되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라라 브라운은 "백악관과 의회가 중간선거에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정당은 없었다"며 "분명히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이것은 민주당원들에게 정말 놀라운 밤"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역대 중간선거는 거의 항상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의 무덤'이었다. 더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인플레와 경제 이슈가 최대 쟁점이었다. 이번에도 막판 상승세를 탄 공화당이 하원에서 대승하고 상원도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원은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조지아주 결선투표(12. 6)에서 승패가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고, 하원도 공화당이 10석 안팎의 격차로 힘겹게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레드 웨이브'가 잔물결로 끝나게 된 배경으로는 트럼프의 조기 등판과 이로 인한 '민주주의와 낙태권에 대한 위기 의식'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의 조기 등판으로 고조된 '민주주의와 낙태권의 위기'가 바이든과 민주당에 불리한 인플레 경제 이슈를 상쇄시켰다는 진단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ABC 방송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32%가 낙태를 투표에 가장 큰 고려 요인이라고 밝힌 반면, 공화당 지지층의 32%는 경제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 선거 쟁점에서도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에 지원 유세를 다니며 재선 도전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6일(현지시간) 지원유세 연설에서 "올해 우리는 하원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상원도 되찾을 것"이며 "무엇보다 2024년에 우리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하우스(백악관)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선거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SNS에 "또 시작이군. 부정선거!"라는 글을 올려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2020년 대선 불복'과 '국회의사당 난입'으로 인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 슬로건)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우리가 미국인으로서 갖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 기후와 미국인 일자리, 독창성이 매우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극우 공화당 심판론'을 제기하며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이와 관련 NBC 방송은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상당수 공화당 후보들이 선거에서 패배한 점에 주목했다.
NBC는 "소위 선거 부정론자들은 상원과 하원 경선, 그리고 주지사, 주 국무·법무 장관처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직에 출마했지만 그 후보자들이 대부분 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 "선거 절차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직자들의 변화와 프로세스의 변경은 트럼프가 출마할 수 있는 2024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 투표한 것이 아니라 2020년 대선을 강탈당했다는 거짓말을 거부하고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를 보여주는 기회로 선거에 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치분석가들은 진보적 가치의 핵심으로 인식되는 낙태권과 공화당의 극우성향이 민주당이 미국 전역의 주요 선거구에서 버틸 수 있도록 도왔다고 진단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낙태권 침해로 자극을 받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오하이오주 애크린대학의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코헨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종식시킨 대법원의 판결이 민주당원들에게 '힘을 주는 기회'가 되었다"며 "낙태권이 민주당원을 투표에 참여시킨 가장 중요한 동기 부여 중 하나였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중간선거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와 낙태권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unmistakable message)'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NBC 방송은 9일 저녁(현지시간 동부표준시) 중간선거 개표 결과를 생방송으로 전하며 바이든의 '낙태권 메시지'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보도했다. 같은 시각 abc 방송은 '균형 잡힌 의회의 통제'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개표 결과를 전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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