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 커 매수 수요 실종…"집값 반토막날 수도"
"집값 하락 흐름, 대출 규제완화로 막기엔 역부족" 지난 27일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가장 국민 관심을 모은 것은 부동산 규제 완화였다. 규제지역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무주택·1주택자에 한해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50%로 높여주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약발'이 먹힐까. 대출 늘려준다고, 주택 매수 수요가 살아날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반등하기 어려운 경제 환경 탓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대출 규제를 더 크게 완화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집값 고점론'이 아직 팽배한 데다 금리가 높아서 차주의 부담이 크다"며 "매수 수요를 촉발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집값이 엄청나게 떨어진 것도 아니다. 서울 집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5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이다. 서울 신천동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84㎡는 지난 23일 14억 원에 매매됐다. 이전 최고가(15억9000만 원) 대비로는 1억9000만 원 하락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매매가(8억7000만 원) 대비 2배에 가깝다.
재건축 기대심리가 잔뜩 반영된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전용 83㎡ 2017년 1월 14억9000만 원에 매매됐다. 이후 가파르게 치솟아 2021년 11월 최고가 32억78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9월 실거래가는 26억7600만 원으로, 최고가보다는 5억 원 넘게 하락했지만, 5년 전에 비해선 역시 2배에 가깝다.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82㎡ 최근 실거래가는 12억8000만 원(2022년 8월)이다. 이전 최고가(2021년 9월·15억 원) 대비 2억2000만 원 내렸지만, 2017년 1월 실거래가(5억8088만 원)보다는 아직도 2배가 넘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7년 3만1734달러(약 3589만 원)에서 2021년 3만5373달러(약 4048만 원)로 11.5% 늘었다. 올해는 원·달러 환율 폭등 탓에 달러화 기준 국민총소득이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5년 간 국민소득은 10%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집값은 2배 가량 비싸다"며 "대출을 풀어줘도 매수 여력이 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게다가 금리는 치솟고 있다. 연 4%대 주택담보대출은 사라졌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눈덩이'같다. '제로금리'시절과 비교할 수 없다.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의 15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LTV 한도(50%)인 7억5000만 원을 연 5% 금리로 빌릴 경우 매달 400만 원이 넘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억대 연봉자도 감당하기 힘든 지출이다.
강 대표는 "집값 고점론과 높은 금리 영향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됐고, 그 흐름을 규제완화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2019년 6월 둘째 주(76.0) 이후 3년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있는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79.4)도 80 선이 무너졌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선으로, 그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 매수 문의가 뚝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그는 "집값을 얼마나 더 내려야 팔리냐는 집주인들의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론적으로 집값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 교수는 "집값은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것이다.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올 경우 반토만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김 대표도 "지역별로 집값이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하는 곳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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