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집값 하락 리스크 노출…"비공식적 가계부채, 위험도 커" 허 모(38·여) 씨는 재작년 망설이는 남편을 졸라 집을 샀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나오지 않자 편법까지 동원했다.
사업을 할 생각도 없으면서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을 통해 고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이어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P2P금융에서 일으킨 빚을 갚았다.
작년에 집값이 오르자 허 씨는 신이 났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편법 사업자대출'을 자랑스레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 대출금리가 갱신되면서 지난해까지 2%대 후반 수준이던 금리가 5%대 초반으로 뛰었다.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갑자기 100만 원 이상 급증했다.
게다가 집값은 완연한 하락세다. 매수가보다 1억 넘게 떨어졌다. 허 씨는 요새 밥도 잘 넘어가지 않는다. 허 씨는 "남편을 볼 면목이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최 모(35·남) 씨는 요새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지난해 전세를 끼고 서울 외곽의 아파트를 한 채 샀다. 더 미루다가 평생 집을 못 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탓에 은행에서 주택 매수금을 빌리기 힘들자 편법까지 썼다. 우선 화훼원예(꽃을 키워 파는 사업)를 하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P2P금융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 매수금을 지불했다.
이어 농협 상호금융에서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받아 대부업체 고금리 빚을 갚았다. 농협 상호금융 사업자대출은 LTV 한도가 80%라 전세를 낀 주택에도 대출이 나왔다. 최 씨는 실제로 꽃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오직 사업자대출을 받기 위한 명목이었다.
어렵게 장만한 집이지만, 지금은 최 씨에게 큰 부담만 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은 커졌고, 집값은 최 씨의 매수가보다 수 억 원 더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세입자가 전세계약 갱신 없이 나간다고 알려왔는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수가 없었다. 전셋값을 낮춰도 전세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자 최 씨는 급매로라도 집을 파는 안을 고려했다.
공인중개업소를 찾아가 상담하자 공인중개사는 "최근 실거래가보다 1억 원은 더 낮춰야 팔린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망연자실했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부동산시장에서 편법 사업자대출이 유행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 강화되니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사업자대출도 가계대출처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가능하나 목적은 사업자금 용도여야 한다. 원칙적으로 주택 매수 목적 대출은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자는 사업 종류가 임대업이라 임대용 주택을 사는 용도로 사업자대출을 받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라도 실거주 목적의 집을 살 때는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다른 종류의 사업자는 대부분 주택 매수 목적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작년에 이미 혜택은 대부분 사라지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등 단점이 더 많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2018년경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만 큰 이익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처럼 뒤늦게 주택 매수에 뛰어든 사람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편법 사업자대출은 은행에서 주택 매수 목적 대출은 불가능하지만, 주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가 해당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 담보대출은 받을 수 있다는 허점을 찌른다.
먼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P2P금융에서 주택 매수금을 빌린다. P2P금융은 대출규제 사각지대라 LTV 90% 혹은 100%까지도 가능하다. P2P금융은 보통 대부업체와 연계돼 있어 주택담보대출임에도 금리가 10~15% 수준으로 높지만, 개의치 않는다. 곧 갈아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 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저리 사업자대출을 받아 P2P금융의 고금리 빚을 갚는다. 편법을 이용해 사실상 은행에서 주택 매수 자금을 빌리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법이 유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사업자금대출을 받은 차주가 그 돈을 실제 사업에 쓰는지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만약 사업자금 대출을 받은 뒤 집을 샀다면, 은행이 즉시 대출을 회수한다. 그러나 유주택자가 사업자대출을 받았을 경우는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총 428조8302억 원으로 2019년말(227조1939억 원) 대비 47%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중 얼마나 주택 매수 자금으로 쓰였는지는 따로 집계하지 않기에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금리는 폭등하면서 편법까지 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로 집을 산 사람들 형편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시장을 무너뜨리는 시한폭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비공식적인 가계부채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기에 리스크도 측정 불가"라고 진단했다.
증가하는 이자부담을 견디다 못한 편법 대출자들이 급매로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집값 하락세는 급매물 증가를 더 부추길 전망이다.
한 교수는 "집값 하락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집값이 무너지면서 시한폭탄들이 하나둘 터지고 있다"며 "집값이 고점 대비 최대 50% 폭락하는 지역도 여럿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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