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집값 왜곡의 원흉 '전세대출'부터 손봐야"

안혜완 / 2022-09-29 12:26:25
[인터뷰]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전세제도·전세대출이 부동산 거품 떠받쳐…먼저 해결해야"
"현재 월세로의 이동은 일시적…장기적으로는 비중 줄 것"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 '핫'하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지금 대중은 한 교수의 전망에 귀를 기울인다. 그의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한 교수는 여러 해 전부터 '부동산 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그 전망은 지금 생생한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작년말, 올해초 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조정장을 거친 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할 때 한 교수는 "최대 40% 폭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은 '사는 것'이기보다 '사는 곳'이어야 한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수요가 시장을 휩쓸고 나면 그 사회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 미친집값에 놀라 '막차'를 탔던 영끌족부터 '금리상승, 집값하락'에 떼밀려 벼랑끝에 선 형국이다. 

주택시장을 실수요 위주로, 정상적 궤도에서 굴러가게 할 순 없을까. 한 교수는 "전세대출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전세대출이 집투기를 가능케 한다는 거다. "국민소득이 올라서 집값이 이만큼 오른 것이 아니다. 집값 거품을 전세대출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라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한 교수는 한마디로 "전세대출이 왜곡된 집값의 원흉"이라고 단언했다.

그럼 전세도 사라져야 할까. 한 교수는 "전세는 사라지는 것이 서민에게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세와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행위)를 가능케 해 '집값 거품'을 만든다는 얘기다.

집값이 추락하는 지금 전세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전세가 곧 사라질 것이란 얘기는 아니다. 한 교수는 "전세 수요가 급감한 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며 "최소 15년 안에는 전세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속출하는 '역전세'(집값이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 '깡통전세'(전셋값이 집값의 80% 이상인 경우)에 대해선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터뷰는 28일 오후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시간여 진행했다. 한 교수는 그곳에서 막 세미나를 마친 터였다. 그러고도 여유로운 인터뷰는 아니었다. 곧이어 강의가 잡혀있다고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애매했다. 결국 저녁은 의원회관 식당에서 라면으로 때웠다.

▲ UPI뉴스와 인터뷰하는 한문도 교수. 한 교수는 "전세대출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완 기자]

–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가 사라질 수도 있을까

"이번 침체기에 전세가 사라질 일은 없다고 본다. 전세는 못해도 15년에서 20년은 갈 수밖에 없다. 길게 보면 30년 이상 갈 수도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에 모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8년 전 똑같은 질문을 한 기자분이 계셨다. 절대 그렇게 단 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일시적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져 월세보다 싸지면 다시 전세로 이동할 것이다."

– 한국에서 전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먼저 전세라는 무이자 레버리지를 이용해 집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이점이 있다. 전세보증금으로 자본이익은 취하지 못하지만, 주거 비용 부담은 없지 않나. 그 계산한 수치의 결과가 집을 사서 부담해야하는 관리라든지, 세금을 계산할 경우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세가 유지가 되는 것이다."

– 전세제도는 한국 말고는 없지 않나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6·25전쟁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전세 제도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제도이며, 100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다.
6·25전쟁이 나고 다들 부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을 때, 전부 폐허가 된 상태에서 다시 일궈야하지 않았나. 그 상태에서 집이 있으면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월세를 내고 살았다. 살면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이 서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집 주인 입장에서 집을 지을 돈만 있으면 집을 계속 지을수록 돈을 번다. 근데 집을 지을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전세를 놓고 전세보증금으로 다시 또 집을 짓는 것이다. 그런 특수한 상황이 한국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 상태가 15년 정도 이어지면서 전세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 전세가 사라지면 서민에게 좋을까 

"궁극적으로는 전세 제도가 사라지는 게 서민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지금 전세와 전세대출이 있어 세입자들이 비싼 전세보증금도 기꺼이 감수하면서 들어간다. 또 그 전세보증금을 무이자 레버리지 삼아 집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이 거품 섞인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전세 제도가 사라지고 월세 제도가 자리잡으면, 실제로 집값을 모두 지불할 수 있는 사람만 집을 사게 된다. 주택 매수자들이 부담할 수 있는 선에서 매매 계약이 이뤄지고, 부담할 수 없으면 가격이 내려갈 거다. "

– 정부 정책으로 깡통전세 위험을 막을 수 있나

"보완은 되겠으나 완전한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 쉽게 표현하자면 암에 걸렸는데, 암 치료는 안 하고 암환자에 좋다는 음식을 먹는 꼴이다. 실제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암이지 않나. 여기서 암이 무엇이냐. 전세대출이라고 본다.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사고가 나지 않을 것 아닌가.

사고가 났을 때에도 전세보증금이 피해를 안 주는 정도까지만 대출을 해주면 된다. 시세의 한 60~50%정도. 정부가 대출을 무리하게 80~90% 해주니 돈이 얼마 없어도 그냥 들어가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위험해지는 것이다."

● 한문도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원예과학을 학사, 행정학을 부전공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부동산학 석사를, 동의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부동산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부동산경제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부동산산업학회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SBS 비즈 경제현장 오늘 '집중진단', KBS 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YTN, 연합뉴스, RTN 부동산TV 등을 비롯, 유튜브 채널 '부읽남(부동산읽어주는남자)', '머니맵', '머니인사이드' 등 여러 TV·유튜브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하고 있다.

자신의 유튜브채널 '한문도TV_부동산채널'도 운영한다. 저서로 <임대주택사업 바이블>(2003), <2015 버블 붕괴 그날 이후>(2011)가 있다.
KPI뉴스 / 안혜완 기자 ah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혜완

안혜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