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속력 없지만 여권에 정치적 압박효과 커
정치전문가들 "野 꽃놀이패" "국정 주도권 싸움"
與 강력 반발 "거야의 테러행위…힘자랑 횡포"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예고한 대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각종 논란을 빚은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고 책임을 박 장관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대치가 심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당론 발의를 추인했다. 이어 곧바로 국회 의안과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해임건의안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 '48초' 조우와 미 의회 및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등이 박 장관의 책임 사유로 명시됐다.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총 중 기자들에게 "박진 해임건의안을 169명 의원 만장일치로 당론 추인했다"며 "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건이 바로 회부되기 때문에 바로 상정하게 된다"며 "헌법에 72시간 내 처리토록 돼 있어 처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소속 의원들에게 사흘간 비상대기를 당부했다.
국회법에 따라 해임건의안은 발의 후 처음 열린 이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로부터 24∼72시간 안에 표결(무기명 투표)이 이뤄져야한다. 해임건의안이 이 기간 내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헌법 제63조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이다.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찬성으로 발의되고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본회의에 상정되기만 하면 169석인 민주당 의석만으로 가결이 가능하다. 다만 해임건의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통령과 여당에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대 정권은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체로 해임건의안을 수용해왔기 때문이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외교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 장관의 책임이 크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데 대한 후폭풍을 민주당이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29일 본회의 처리'를 공표하며 속도전에 돌입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본회의 소집에 대한 부담 없이 정해진 의사일정에 따라 해임결의안을 처리할 수 있어서다.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져야하는 오는 28, 29일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돼있다.
또 국민 여론이 불리하지 않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20~22일 전국 18세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 실시) 결과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8%, 부정 평가는 61%였다. 여론이 받쳐준다면 야당의 단독처리를 두고 '국정 발목잡기', '다수당 폭주'라는 프레임은 약해질 수 있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으로선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협치 노력 부족'을 도마에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해외순방 중) '막말' 프레임을 MBC와 민주당의 정언유착으로 바꾸려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박 장관 해임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 이번 해임건의안은 민주당으로서는 통과되도 좋고, 통과되지 않아도 좋은 꽃놀이패"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갤럽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이미 윤 대통령 순방에 대해 부정 평가가 내려진 만큼 여당이 '발목잡기 프레임'을 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민주당이 장관 경질을 요구하는 속내는 '외교참사' 프레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쇄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여론전의 서막이다. 결국은 대통령 지지율을 20%대 초반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국정 주도권 싸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도 통화에서 "원내지도부에서 상징적으로 국회법으로 다룰 수 있는, 국무위원인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꺼내든 것 뿐"이라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 잡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닥치고 해임, 더불어 발목꺾기'는 오만과 독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에서 국익을 훼손한 주체는 분명히 민주당"이라며 "조문 외교 비하, 대통령의 발언 왜곡, 한미·한일 정상회담 폄하 등 모든 외교 일정에 대해 헐뜯기에만 몰두하며 국민 불안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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