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집과 같은 평형(59.4㎡) 아파트가 지난 21일 6억9000만 원에 팔린 것이었다. 직전거래(10억7000만 원) 대비 3억8000만 원 하락한 가격인데, 이 하락폭이 문제가 아니었다.
김 씨가 놀란 건 아파트 매매 가격이 자신의 전셋값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7억 원에 전세를 계약했다. 김 씨는 "자칫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집값이 전셋값을 밑도는 현상을 '역전세', 전셋값이 집값의 80% 이상인 경우를 흔히 '깡통 전세'라 칭한다.
둘 모두 세입자에게 위협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거나 은행 대출을 연체해 해당 주택이 공매나 경매로 넘어갈 경우 세입자는 후순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공매 혹은 경매를 통해 집이 팔린 금액에서 국세청, 은행 등 채권자들이 먼저 자기 몫을 챙겨간 뒤 남은 돈으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지불된다.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적을수록 세입자 리스크는 커지는 셈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를 그리면서 전국에서 역전세 혹은 깡통 전세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은 83.1%, 아파트는 74.7%를 기록했다.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가율은 81.2%, 아파트는 62.0%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 내림세가 급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작년이나 올해 초 체결된 전세 계약의 전세보증금은 2년 간 고정되는데, 현재 집값이 하락세라 전세가율 상승을 야기하는 것이다.
집값 하락세를 감안할 때 전세가율은 2분기에 비해 현재 상당 수준 높아졌을 것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깡통 전세와 역전세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지금이 시작 수준"이라고 평했다.
깡통 전세와 역전세는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야기해 시장에서 전세 수요를 증발시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거의 없다"며 "기존 세입자가 전세 갱신 계약을 원하면, 집주인이 감지덕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집값 하락세로 매매심리는 얼어붙은 형국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9.5로, 전주(80.2) 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0을 밑돈 건 2019년 6월 넷째 주(78.7)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교수는 "깡통 전세·역전세는 지금까지의 집값이 거품이었음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가파른 금리 상승과 함께 깡통 전세·역전세가 부동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집값 거품이 터지면서 하락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거품 붕괴에 연착륙은 없다"며 "지금껏 보지 못한 폭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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