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삼성전자의 ARM 인수, 실현 가능성은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2-09-22 17:01:57
인수 성사되면 반도체 시장 파란 예고
강자끼리 만남이라 인수 실현에는 장애 많아
인수보다 기업간 지분 경쟁 가능성 높은 것으로 분석
삼성전자의 ARM(에이알엠) 인수 여부가 반도체 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한 영국 ARM을 인수하면 시장에도 일대 파란이 인다.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 두 회사간 관계는 지속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는 숱한 소문에도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일 이재용 부회장이 영국에서 귀국하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을 언급, ARM 인수 가능성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영국에서 ARM 경영진과의 회동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국에서는 만나지 않았지만 "다음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오면 (그에 대한)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 이재용 부회장은 8월 19일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진은 기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정은승 DS부문 CTO, 이재용 부회장, 경계현 DS부문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삼성전자 제공]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 북쪽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AP칩 설계의 핵심 기술 보유사다. 반도체 IP(지적재산권)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ARM은 서버용 프로세서와 자동차, 카메라 등 반도체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설계 관련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을 비롯, 전 세계 모바일 칩 90% 이상이 ARM의 기술을 사용 중이다.

ARM의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가 75%, 그룹의 비전펀드가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재용-손정의, 이해 관계 맞아 인수 논의 주목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의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둘의 이해 관계가 지분 거래에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을 추구하고 있고 손 회장은 비전펀드의 잇따른 투자 실패를 만회할 현금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세계 1등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미국과 대만 업체들에게 밀려 여전히 선두와 거리가 멀다. 칩 설계 선두권에는 인텔과 엔비디아, 퀄컴이 포진해 있고 파운드리(위탁생산)는 TSMC가 5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독주 중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삼성전자로선 ARM 인수가 반전 카드로써 의미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로 올해 2분기(4~6월) 3조1267억 엔(약 30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ARM의 지분을 정리하면 일정 부분 이를 만회할 수 있다. 업계는 ARM의 가치를 최대 100조원, 추정 가치 50조~70조원으로 추산한다.

강자끼리 만남이 문제…인수 실현에 장애 많아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시장 지배력은 절대적으로 커진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산업 영향력이 큰 두 강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ARM 인수는 결코 간단치 않다. 여러 방향에서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가장 큰 장애는 각국의 반독점 심사다. 삼성전자와 ARM 모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두 회사는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각 국의 반독점기구들이 특정회사로 ARM이 인수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본다는 데 있다.

이는 엔비디아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9년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시도했지만 각 국가들의 반독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올해 초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이를 타개할 해법으로 기업간 연합을 통한 공동 인수가 거론된다. 퀄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인텔 등이 컨소시엄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 인수 추진하는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이 문제다. ARM의 설계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에게 비밀이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ARM IPO 추진, 새로운 변수로 부상

새롭게 등장한 변수는 ARM의 기업공개(IPO)다. 소프트뱅크는 내년 3월 말까지 ARM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IPO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도 ARM의 런던증시 상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IPO가 진행되면 ARM 인수는 기업들간 지분 확보 경쟁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 협상 대신 다양한 협업 논의와 상생 해법들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만남에서 어떤 논의를 할 지는 예측불가다. 둘의 만남이 몰고 올 반도체 시장의 변화 역시 지켜볼 수밖에 없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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