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연기 단지 속출…8월 예정물량 중 68%만 분양
"분양 미루는 것 능사 아냐"…금융비용 증가 우려 최근 분양을 연기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6~8월 분양 예정이던 서울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서울 휘경동 '휘경3구역재개발', 경기 광명시 광명동 '광명1R구역재개발' 등이 모두 10월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상반기 분양 예정이던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사실상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됐다. 동대문구 이문3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등도 분양 일정이 불투명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8월 분양 계획 물량 중 실제 분양된 물량은 68%에 불과했다. 9월 역시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건설사는 분양을 해야 돈을 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빨리 분양을 해야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새 아파트 입주를 당길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왜 자꾸 분양을 미루는 걸까. 부동산시장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 침체로 수요가 사라지면서 전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1284가구로 지난해말(1만7710가구) 대비 1만3574가구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같은 기간 3배 이상 급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시멘트, 콘크리트 등 건설 원자재가가 폭등했다. 건설노동자 인건비도 빠른 상승세다.
건설사들이 이익을 내려면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해야 하는데, 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미분양이 두려워 그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분양가를 올리지 않으면, 사업을 끝내도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시장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을 최대한 높여 판매하고 싶어한다"며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분양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연기되는 기간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칫 미분양을 감수하고 분양을 강행했을 때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건설사들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택은 두 가지"라며 "미룰 것인가, 남들이 분양을 하기 전에 빨리 분양해 얼마 남지 않은 고객들을 선점할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는 금융비용 증가와 분양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해 과감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반대로 2~3년 후 상황이 나아지기 기대하면서 연기하는 곳도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시장 침체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D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분양을 해서 적자가 나는 것도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수주 당시 검토한 금액과 지금 공사비는 차이가 크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지어도 미분양으로 떠안을 위험이 높아 고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건설업계 상황은 심각하다"며 "문을 닫는 건설사도 여럿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혜완 기자 ah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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