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기준에 흥행 참패한 안심전환대출…흥행 성공해도 서민엔 부메랑

안재성 기자 / 2022-09-20 16:39:11
이틀 간 5105건·4900억…1·2차 안심전환대출에 훨씬 못 미쳐
"집값 4억 이하 기준 비현실적"…서울 4억 이하 주택 1.2%뿐
안심전환대출로 MBS 물량 증가…"대출금리 상승 유발 우려"
3차 안심전환대출이 '흥행 참패'를 기록 중이다. 20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출시 둘째 날인 지난 16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는 총 5105건, 신청금액 4900억 원에 그쳤다. 정부가 올해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로 책정한 25조 원의 2%에 불과한 수준이다. 

신청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영업점 근무 인력을 늘렸던 은행권은 머쓱한 모습이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1·2차 안심전환대출과 비교된다. 1차 안심전환대출(2015년)은 출시 첫날에만 총 4만1247건, 4조9193억 원의 신청이 몰렸다. 한 은행원은 "당시 첫날부터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은행 지점이 북새통이었다"고 말했다. 

2차 안심전환대출(2019년)도 출시 첫날 신청 건수 7222건, 신청금액 8337억 원을 기록했다. 1차만은 못해도 상당한 인기로, 3차 안심전환대출과는 차이가 크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대출로 변환하기에 요즘같은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 

3차 안심전환대출은 최저 3.7% 금리로 이용할 수 있어 최근 6%를 넘어간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 유리하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더 눈길을 줄 만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7월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2.2%(한국은행 집계)에 달하는 상황이라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높을 줄 알았는데, 반응이 차가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 3차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담보주택 가격 4억 원 이하'라는 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조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3차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려면, 해당 대출 담보주택 가격이 시가 4억 원 이하여야 하고, 부부합산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담보주택 가격 9억 원 이하에 소득 조건이 없었던 1차 안심전환대출이나 담보주택 가격 9억 원 이하·부부합산 소득 연 8500만 원 이하인 2차 안심전환대출보다 엄격한 조건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서울에서는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서울에서 시가 4억 원 이하인 아파트는 1.2%(1만4124가구)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5900만 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1600만 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폭등했는데, 과거보다 기준을 더 빡빡하게 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러 온 소비자들 다수가 담보주택 가격 기준을 듣더니 신청 가능한 사람이 있겠냐며 불만을 토했다"고 밝혔다.  

서민 지원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엄격한 조건 탓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은 셈이다.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에 성공했더라도 또 다른 문제를 낳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대출금리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은행으로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넘겨받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흥행에 성공했다면, 대규모 MBS 물량이 풀리면서 채권시장을 교란시켰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권 물량 증가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 1·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에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0.30%포인트 가량 올랐었다"고 설명했다.  

채권금리 상승은 곧 대출금리 오름세를 촉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 대출금리는 금융채 1년물이나 5년물 등 채권금리에 연동한다"며 "채권금리가 뛸수록 대출금리도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흥행 성공 시 대출금리 상승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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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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