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이익 안되면 어느 나라에도 석유·가스 공급 안한다"

김당 / 2022-09-08 10:27:37
'유가 상한제' 비판…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합의도 폐기 시사
"서방이 부추긴 '제재 열병' 세계 위협…굴하지 않고 싸울 것"
'동방경제포럼'서 작심 비판…푸틴-시진핑 다음주 우즈벡서 회동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집단이 부추긴 '제재 열병'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국에 대한 제재를 비난하고, "러시아는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어느 나라에도 석유와 가스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타스 통신,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푸틴 대통령은 또한 최근 재개된 우크라이나산 곡물 운송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하길 원한다며 곡물 수출 재개 합의를 폐기할 가능성을 언급해 에너지와 식량 무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연설에서 "우리(러시아)에게 수익이 안 나온다면, 누구에게도, 아무 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수익이 안 나오는' 경우에 관해, 구체적으로 '유가 상한제'를 꼽았다.

유가 상한제는 주요 석유 구매국들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선을 매겨 통제함으로써 러시아가 석유 수익으로 전쟁 자금을 충당하는 것을 막으려는 구상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2일 화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G7 국가들은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나라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를 향해 "굉장히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지난 2일 전화회견에서 "그런 움직임(가격 상한제)은 석유 시장에 심각한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석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이날 "서방의 제재 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 곡물에 대한 제한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합의를 폐기하고, 시행 요건을 강화한 내용으로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진 가운데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흑해를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세계 식량 시장이 위기에 직면하자,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중재에 나선 끝에 지난 7월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당초 합의와는 달리, 대부분의 곡물이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로 가는 게 아니라, 유럽연합(EU)으로 가고 있다"며 이른바 '전대미문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하려면 이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간 국가로서 터키로 수송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도한 선적은 87번 가운데 2번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수출된 총 200만t의 곡물 가운데 6만t, 겨우 3%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비판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88척의 선박이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했거나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선박을 통해 약 36만8000t의 곡물은 터키로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고, 약 75만8000t의 곡물이 EU 회원국으로 운송되고 있어 푸틴이 인용한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정을 존중하고 있지만 서방이 러시아는 물론 가난한 나라들까지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서방 국가들로 향하지 못하도록 화물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을 제한하기 위해 협정의 조건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아프리카연맹(AU) 국가 정상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촉진하고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개정 의사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다만 협상을 중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먼저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집단이 부추기는 '제재 열병(sanctions fever)'은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대러시아 제재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타스 통신,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푸틴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적인 성격의 다른 도전으로 대체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서방 집단이 부추기는 '제재 열병(sanctions fever)'은 전 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적 공격에 대처하고 있으며 아무 것도 잃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오히려 "제재로 인해 유럽인들 삶의 질도 희생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과 주요 물자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어 "러시아는 제재에 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작전을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목표에 관해서는 "러시아의 모든 행동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에 사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은 우리의 의무이며, 우리는 이것을 끝까지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두 정상이 9월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대면할 것이라는 안드레이 데니소프 중국 주재 러시아대사의 발언을 전했다.

두 정상이 대면하는 것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회동한 뒤 약 7개월 만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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