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수출하고 '파티' 즐기는 미국…의심받는 '달러 독주'

안재성 기자 / 2022-09-07 17:04:09
'킹달러'로 미국은 물가상승 완화…나머지 세계는 물가상승 압력 ↑
"세계적 경제위기 온다…글로벌 경기침체는 미국에도 타격 줄 것"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 미국의 경제 흥망사를 보면 그런 것 같다. 미국은 1929년 전세계에 '대공황'을 수출했다. 대공황의 회오리가 세계를 휩쓰는 사이 미국은 '뉴딜'(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한 경제부흥정책)'로 가장 먼저 회복했다. 

2008년엔 미국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렸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당시에도 금융위기를 수출한 미국은 제일 먼저 위기를 벗어났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40여 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는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3월 2년 만에 '제로금리(0.00~0.25%)'에서 벗어난 데 이어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며 강도 높은 긴축을 실행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2.50%이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된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스위스프란)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5일 11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말 95 수준이던 달러인덱스는 올해 가파르게 상승,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110을 넘었다. 

달러화 가치는 파운드화에 대해 37년, 엔화에 대해서는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같은 가치로 교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7일 전일 대비 12.5원 오른 1384.2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화 가치 고공비행으로 '킹달러'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 '킹달러'로 미국은 물가 상승 부담을 덜었지만, 다른 나라의 물가상승 압력은 더 높아졌다. 지난 7월27일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뉴시스]

보통 금리 상승은 시중유동성을 축소시켜 수요를 압박함으로써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와 달러화 강세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의 강관우 대표도 "달러화 가치가 높을수록 미국의 수입물가를 하락시켜 인플레이션 통제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다른 나라들은 수입물가가 뛴다.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 원유, 원자재 등의 수입가격도 더 올라간다. 

미국이 전세계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킹달러로 미국 내 물가에는 어느 정도 하락 영향은 줬지만, 대신 다른 나라들은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스티브 잉글랜더 스탠다드차타드 외화리서치 글로벌 부문장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높은 수입가격과 긴축적인 유동성 여건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도 "달러화 강세가 미국 외 국가에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를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 강세가 수입물가를 더 부담스럽게 한다"며 "수출에도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킹달러'로 다른 나라들이 신음하는 사이 미국인들은 '킹달러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 강세 덕에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이 유리한 환율을 활용해 해외여행을 다니고, 런던·파리·리스본 등에서 부동산을 사들인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일으킨,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결국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수출기업들은 고전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나이키는 최근 이익이 감소했다"며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매출의 60%를 창출하는 애플과 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킹달러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국적 투자기업 이토로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벤 라이들러는 "달러화 가치 상승이 올해 S&P500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을 5% 깎아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킹달러가 당장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나머지 세계가 받는 타격에 대해 미국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엘-에리언은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일어나 경제가 취약한 국가의 채무 리스크가 커지고, 정치적 혼란 및 지정학적 갈등까지 심화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어 "이는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수요 약화, 공급망 불확실성 가중, 재정 손실, 국가안보 우려 증가를 야기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와 강 대표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가 미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며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경기침체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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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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