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간첩죄 기소 첫 대통령 되나…공화 의원 "거리 폭동날 것"

김당 / 2022-08-29 17:54:48
FBI "트럼프, 1급비밀을 신문·잡지·개인서신과 뒤섞어 보관"
트럼프 자충수, 간첩죄보다 사법방해죄가 치명타 될 수도
공화당 "힐러리 사적 이메일 기소 안한 FBI의 '이중잣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부의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를 입증하는 '압수수색 영장 선서 진술서'가 공개된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될 경우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미국 연방법원이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 압수수색을 위해 연방수사국(FBI)이 작성한 선서 진술서. 절반 이상이 검정색으로 가려졌다. [Ap 뉴시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들을 잡지와 신문, 개인서신 등과 뒤섞어 보관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이 지난 26일 공개한 FBI의 '선서 진술서'(38쪽 분량)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마러라고(Mar-a-Lago) 자택에 가져갔다가 지난 1월 반납한 기밀문건의 관리 실태가 기재됐다.

'선서 진술서(sworn affidavit)'는 말 그대로 증인들이 선거를 하고 쓴 진술서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핵심 근거가 되는 문서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28일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내에서 "사법방해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FBI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문서를 파기 또는 은닉하거나 정부의 반환 요구에 협조하지 않는 등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FBI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반납한 15개 상자 분량 중 14개 상자에 184건의 기밀 표시 문건이 있으며, 그 가운데 특히 25건은 기밀 최고등급인 '1급 비밀(Top Secret)'로 표시돼 있다.

FBI는 또 진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 상당수를 자택에서 신문과 잡지, 개인 서신 등과 뒤섞어 아무렇게나 보관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임기가 끝나면 모든 공적 자료를 국립문서관리청(NARA)에 제출해야 한다.

앞서 공개된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FBI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정부 기록물 불법처리 △사법 방해 등 총 3개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트럼프가 방첩법 위반(간첩죄)으로 기소될 경우, 그는 간첩죄로 기소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건 초기에는 간첩죄가 주목을 받았지만, NYT는 트럼프와 측근들에게는 사법 방해죄가 더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법 방해는 문서 반환에 협조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파기한 행위를 놓고 유무죄를 가릴 뿐 문건의 비밀 여부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미 비밀 해제한 문서들을 가져갔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방해 혐의는 간첩죄 형량의 2배인 최고 징역 20년형까지도 받을 수 있다.

▲ 지난해 5월에 방한한 에이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뉴시스]

법무부가 제출한 선서진술서는 민감한 내용을 대폭 가린 탓에 트럼프나 그의 측근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서 반환을 방해했는지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의 문서 반환 노력이 방해받은 점은 확인된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상원 법사위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2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트럼프가 비밀 정보를 잘못 취급한 혐의로 기소될 경우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디펜던트'는 29일 그레이엄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적 이메일 사용에 대한 기소권고를 거부한 FBI가 트럼프를 잡기 위해 "이중잣대(double standards)"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편 FBI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11건의 비밀문서에 대해선 미 정보 당국이 정식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 에이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DNI)이 전날 캐럴린 멀로니 하원 감독위원장 및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가정보국은 관련 문서 공개가 국가 안보에 초래할 잠재적 위험에 대한 평가 작업을 이끌 것"이라며 "법무부가 진행 중인 수사를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서 진술서(sworn affidavit)란? 

지난 주말인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는 절반 이상의 내용이 검은 색으로 시꺼멓게 칠해진 미 연방수사국(FBI)의 '선서 진술서'가 등장했다.

이는 FBI가 지난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서 압수수색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연방 판사에게 제출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를 통해 FBI의 압수수색을 "끔찍하고 충격적인 침입"으로 표현하면서 "투명성 차원에서 문서의 어떤 부분도 가리지 않은 진술서를 즉각 배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 20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에 앞서 고별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났다. [AP 뉴시스]

트럼프 측이 차기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자, FBI를 관장하는 법무부는 압수수색 영장 공개를 청구했다. 트럼프 측도 이에 반대하지 않자 연방법원은 영장을 공개했다.

하지만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근거가 담긴 선서 진술서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트럼프 측과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공개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법무부는 증인에 대한 민감한 정보 등이 담겨 있고, 진행 중인 수사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선서 진술서'의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자 공화당 의원들은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개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였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파괴하려는 이 끝없는 시도로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면서 "우리는 '선서 진술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기밀 유출 혐의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압수수색의 근거를 담은 문건의 공개를 둘러싸고 공방이 격화한 것이다.

양측간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의 브루스 라인하트 판사는 25일(현지시간) 법무부에 문제의 선서 진술서의 편집본을 26일 정오까지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CNN 등에 따르면 라인하트 판사는 앞서 트럼프 측과 일부 언론이 요구한 선서진술서 공개와 관련된 당사자 의견을 청취한 후 민감한 정보를 삭제하고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자택에 대한 역사적인 압수수색에 대해 대중이 '가능한한 많은 정보'를 알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측에 민감한 정보를 가리도록 선서진술서를 편집할 시간을 주기 위해 1주일의 기한을 준 것이다.

FBI 요원들이 지난 1주일 동안 검은색으로 덧칠한 결과물이 바로 언론에 공개된 38쪽짜리 선서 진술서 사본이다.

▲ 지난해 1월 워싱턴의 국회 의사당 폭동에 가담한 극우 애국주의자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주최자인 조셉 빅스(37)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제출한 선서진술서 사본. 16쪽 분량 중 맨 끝의 FBI 특별수사관의 신원만 검정색으로 가려져 있다. [미 법무부 누리집 캡처]

'선서 진술서(sworn affidavit)'는 말 그대로 증인들이 선거를 하고 쓴 진술서로 압수수색 영장 발부의 핵심 근거가 되는 문서다.

여기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당국의 판단 근거가 기술돼 있다. 이에 증인과 사법기관 요원, 기소되지 않은 당사자들의 신원, 수사 전략과 방향, 수사 범위와 방법, 대배심 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럼에도 내용의 절반 이상이 검게 칠해진 선서 진술서는 극히 이례적이다. FBI로서는 상대가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이다 보니 '가능한한 적은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해 1월 워싱턴의 국회 의사당 폭동에 가담한 극우 애국주의자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주최자인 조셉 빅스(37)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제출한 선서진술서(16쪽 분량)를 보면, 빅스의 혐의를 입증하는 탐문 수사 내용이 현장 비디오 영상 등과 함께 상세히 포함돼 있고 FBI 특별수사관의 신원만 검정색으로 가려져 있을 뿐이다.

법무부 누리집에 공개된 빅스의 형사 고소장을 뒷받침하는 선서진술서(AFFIDAVIT IN SUPPORT OF A CRIMINAL COMPLAINT)에는 △공무 집행 방해 △제한 구역 출입 △무질서 조장 등 세 가지 혐의와 함께 프라우드 보이스의 주최자로 묘사돼 있다.

이들은 극우 SNS 팔러(Parler)에 메세지를 게시해 의사당 폭동 당일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당

김당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