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호가 '뚝뚝'…성난 주민들 "희룡말라"

안재성 기자 / 2022-08-22 17:15:38
"매도 호가 1억씩 떨어지고 매수 문의는 끊겨"
재건축 장기화,집값 하락 전망…"최대 40% 하락"
국토교통부가 '국민 주거 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한 지난 16일부터 분당, 일산, 산본, 평촌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매도 호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22일 경기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의 매물 정보를 종합하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의 한 전용 148㎡ 매물 매도 호가가 지난 16일 19억5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15일까지 20억5000만 원이었던 매도 호가가 1억 원 내려간 것이다.    

같은 동 시범우성의 한 전용 64㎡ 매물은 매도 호가가 12억5000만 원에서 17일 11억5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최근 실거래가보다 가격이 낮은 매물도 여럿 나왔다.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 84㎡는 요새 15억8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5월의 실거래가(16억5000만 원)보다 70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의 한 전용 84㎡ 매물 매도 호가(15억5000만 원)도 실거래가(16억5000만 원)에 못 미쳤다. 

1기 신도시의 매물은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고양시 일산서구의 아파트 매물은 3565건으로 16일(3376건) 대비 5.6% 늘었다. 같은 기간 일산동구 매물은 3.9%, 성남시 분당구 매물은 2.5%씩 증가했다. 

서현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안 모(48·여) 씨는 "지난주부터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었다"며 "가격을 더 낮춰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반대로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던 몇 달 전과는 분위기가 딴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임 모(52·남) 씨도 "서현동 시범단지는 '신도시 재건축 대상 1호'로 손꼽혀 집값 상승폭이 컸다"며 "그만큼 내림세도 빠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초에는 평(3.3㎡)당 5000만 원 수준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지금은 평당 4500만 원 수준으로도 거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1기 신도시 지역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나온 내용은 "2024년까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가 전부였다. 마스터플랜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미뤄졌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특별법'이나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윤 대통령 임기 내 주택 건설 인허가 예정 물량에서 1기 신도시 물량은 뺐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빨라도 10년 이상, 늦으면 1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도 "최소 10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에 20년 가량 걸렸다"며 "1기 신도시도 비슷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솟았던 집값은 하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집값은 한동안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교수는 "1기 신도시 집값이 20~3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고점 대비 최대 40%까지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2024년까지 수립하기로 하면서 주민들은 "공약과 다르다"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은 한 포탈사이트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분당구 주민들이 항의를 위해 준비한 포스터와 현수막. [인터넷 카페 캡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종석 신도시 재건축연합회 부회장은 "정부 안대로라면, 도시기본계획 등 재건축의 실질적인 진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2년의 허송세월만 하게 된다"며 "대통령 공약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30만 호의 주택이 있는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공약 파기'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주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분당구 주민 변 모(38·여) 씨는 "이제 와서 오래 걸린다는 얘기는 결국 대선 때 표를 노린 '뻥공약'을 늘어놓았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요새 모두 '정부에 희룡당했다'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일산동구 주민 박 모(46·남) 씨도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 수립이란 것도 총선 때 표를 노리려는 목적으로 여겨진다"며 "더 이상 '희룡'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룡당했다'는 원 장관의 이름을 딴 표현으로,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희롱당했다'와 동의어로 통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토부 및 지방자치단체 항의성 방문, 지방자치단체장과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현어린이공원에서 주민들이 현수막을 들고,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수막에는 "1기 신도시 '희룡' 말고 재건축 신속히 지원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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