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제여단 지휘관, 알고보니 지명수배 '마피아 갱단'

김당 / 2022-08-18 18:10:08
현지 독립언론, 우크라이나 방어 국제의용군 위법 행위 폭로
병사들 사지 내몰고, 무기∙물품 절도∙성희롱∙폭행 혐의 조사중
젤렌스키 대통령실에 실상 보고돼, 조사 받고도 현 직위 유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국제의용군(International Legion of Defense of Ukraine, 이하 ILDU 또는 국제여단) 지도부가 부대원들을 사지(死地)로 몰거나 가혹행위를 하는 등 위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폭로가 내부에서 제기되었다.

▲ 폴란드 매체에 따르면, 카푸신스키는 폴란드 최대 마피아 갱단에서 '브로다(수염)'로 알려진 범죄조직 행동대장이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벨링캣 캡처]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인디펜던트(Kyiv Independent)'는 17일(현지시간) 밤에 공개한 '자살 임무, 학대, 물리적 위협: 국제여단 전사들은 지도부의 위법 행위를 공개 고발한다' 제하의 탐사보도에서 부대 지휘관 중 일부가 무기 및 물품 절도, 성희롱, 폭행, 준비되지 않은 병력에 대한 무모한 임무 파견 등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이 매체는 국제여단 부대원들 인터뷰, 12명이 넘는 전-현직 구성원들의 서면 증언, 특정 부대의 문제에 대해 수집한 78쪽 분량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이같이 폭로했다.

이 매체는 특히 병사들의 원성이 자자한 지휘관 중 한 명인 사샤 쿠친스키는 사기 등의 혐의로 모국 폴란드에서 지명수배된 범죄 조직의 전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라며 그의 사진과 함께 신원을 공개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관련 보고서가 우크라이나 의회에 제출됐고, 구성원들의 서면 증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실에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의 군인권리 고문인 알리오나 베르비츠카가 군인들의 불만을 접수해 법 집행기관에 전달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국제의용군 모집 공지 [국제여단(ILDU) 누리집]

지휘관이 부대원들 사지로 몰아넣어

국제여단은 크게 두 개의 편대로 구성되는데, 한 파트는 우크라이나 육군이 관할하고, 다른 한 파트는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감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출신 부대원은 쿠친스키가 전투가 치열했던 남부 미콜라이우 근처에서 발각될 것이 뻔한데도 러시아군 주둔지에 부대원들을 보내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증언했다. 이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은 포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포로가 된 앤드류 힐은 용병 혐의로 러시아 점령지역인 도네츠크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될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부대원은 또 쿠친스키가 병사들에게 쇼핑몰을 약탈하도록 강요하고 부하들을 학대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대원에 따르면, 쿠친스키는 일부 부대 장비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해 이에 불응하자 총을 겨누며 위협하기도 했다.

또 다른 미군 출신 병사는 쿠친스키가 성행위를 암시하는 언어를 사용해 부대의 여성 의료진을 괴롭혔다고 증언했다. 이 병사에 따르면 부대의 동료 의료진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으며 성적 괴롭힘을 당한 여성 의료진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벨링캣과 함께 사샤 쿠친스키의 신원을 확보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가 범죄조직의 전 구성원인 '피오트르 카푸신스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벨링캣 캡처]

갱단에서 '브로다(수염)'로 알려진 마피아 행동대장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사샤 쿠친스키의 신원을 확보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가 범죄조직의 전 구성원인 '피오트르 카푸신스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폴란드 매체에 따르면, 카푸신스키는 폴란드 최대 마피아 갱단에서 '브로다(수염)'로 알려진 범죄조직 행동대장이었다.

이 매체는 다른 탐사 저널리즘 '벨링캣'과 함께, 부대원이 제공한 쿠친스키의 현재 모습과 폴란드 언론에 공개된 카푸신스키 이미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폴란드 매체에 따르면, 카푸신스키는 2014년 폴란드에서 사기혐의로 수배돼 최대 징역 8년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자 우크라이나로 도피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2016년 강도 및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강도 혐의로 기소돼 1년 넘게 감옥에서 보냈다.

카푸신스키는 출옥 후인 2021년 5월에는 경찰이 그의 차량에서 반자동 소총과 총알을 발견해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었다.

이후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카푸신스키는 국제여단에 입대해 스스로 대령 견장을 달고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법에 따르면 모든 외국인은 군에 입대하기 전에 신원조회를 거쳐야 하나 그의 범죄 전력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 국제여단 부대원들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쿠친스키(카푸신스키)는 부대에서 자신을 '대령'으로 호칭하며 대령 계급 견장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캡처]

또한 외국인은 우크라이나 군에서 장교가 아닌 하사관 이하 계급으로만 복무할 수 있는데, 부대에서 작전 및 보급 업무를 관장하는 카푸신스키는 부대에서 자신을 '대령'으로 호칭하며 대령 계급 견장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쿠친스키는 국제여단 내에서 저지른 직권남용, 사기, 폭행 등의 범죄 혐의로 군 검찰에서 여러 차례 심문을 받았지만, 범죄 혐의를 부인하면서 현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범법 행위 보고서와 증언, 의회와 대통령실에 보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여단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용군 참여를 호소한 이후 최소 52개국에서 2만여 명이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이근 전 해군특수전단 대위 등 몇 명이 의용군에 자원했다.

ILDU 조직을 통해 모집된 의용군은 우크라이나 군대와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같은 액수의 월급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용군의 국적은 미국, 영국, 그리고 국경을 면한 폴란드 출신이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 국제의용군의 활약상을 담은 사진들 [국제여단(ILDU) 누리집]

국제의용군은 실제 전투에서의 활약 외에도 국제 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지 여론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다.

"작가, 교사, 좌파 운동가"라고 밝힌 한 여성 부대원은 국제여단 페이스북 누리집에 "우크라이나 방위 국제여단에 복무하는 것은 나의 첫 번째 군사 경험"이라며 "러시아의 침략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3월 9일 국제여단에 합류한 이 여성은 "폴란드에서 8년을 살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의용군이 실제 전쟁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현지 지리나 언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 수행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의용군을 용병으로 간주해 제네바 협약에 따른 보호 대상자로 보지 않는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부대원들은 지휘관들의 위법 행위를 우크라이나 법집행 기관, 의회, 젤렌스키 대통령 관저에 보고했지만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언론에 눈을 돌렸다"고 탐사보도 배경을 밝혔다.

이 매체는 "전쟁 중에 군대의 잘못된 관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서 "우리는 국제여단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부대에 변화를 가져오기를 원했지만, 지휘관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부대원들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여단 내부 문제를 지적한 부대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위협을 받았다"면서 "이들의 안전을 위해 제보자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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