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의 '대만 백서'에 '대만 독립' 36회∙'일국양제' 15회 언급
'3불1한' 논란 사드 문제엔 톤 낮춰…"선처 노력하기로 합의"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최근 발간된 '대만백서'를 언급하며 "중국은 조국의 완전한 통일 목표 실현에 있어 역사적으로 그 어떤 시기보다 더욱 가까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앞서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이른바 '3불-1한'을 정식으로 약속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왕이 부장은 최근 동아시아 외교장관 회의 참석 및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을 마친 후 11일 중앙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12일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펠로시의 역주행은 볼썽사나운 도발이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해프닝"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一中原则)과 중국의 주권, 그리고 국제관계 규범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또한 주요 7개국(G7)의 경고 성명에 대해 "G7은 중국의 대응책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망언했다"면서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꾼 것은 중국이 아니라, '대만으로 중국을 견제(以台制华·이태제화)'하려는 미국과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倚美谋独·기미모독)'하려는 망상을 품은 대만 당국"이라고 반박했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 정부가 발행한 '대만 문제와 중국의 신시대 통일사업' 백서(이하 대만백서)에서 보듯, 우리는 조국의 완전한 통일이라는 목표 실현에 있어 역사적으로 그 어떤 시기보다 더욱 가까이 와 있고, 자신감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22년 만에 발간한 '대만백서'에서 '대만 독립'을 36번 거론하고, 대만 통일 후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중국 통일을 실현하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일제히 치켜세운 바 있다.
일국양제는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을 파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자 1면에 '조국의 완전한 통일 과정은 막을 수 없다'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백서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조국 통일을 추구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으며 신시대 조국 통일을 추진하는 입장과 정책을 서술했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0일 "'대만백서'에서 대만 독립이 36회 거론되었고(1993년과 2000년 백서에는 5회), 그 수사도 한층 강경해졌다"며 "통일 이후의 대만 관리 및 계획을 밝힘으로써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 하에서의 전망 및 대(對)대만 정책을 선명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북경청년보 산하 위챗 계정인 정즈젠도 11일 '대만백서'를 분석한 결과, 1993년과 2000년 발표한 대만백서에 없는 평화통일 방법과 통일 후 대만의 사회제도 등이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백서에는 일국양제라는 표현이 모두 15회 등장한다. 중국이 홍콩을 '홍콩특별행정구'라고 표기하듯, 대만을 '대만특별행정구'로 지정해 홍콩식 자치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백서에서 "우리는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한다는 옵션을 유지할 것"이라며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대만에서는 이번 백서에 군대와 행정인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 "중국이 대만에 대해 일국양제를 실시하려는 여지를 축소한 것"이라며 이번 백서가 과거보다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더 확고하게 강조했다고 해석한다.
대만 측은 홍콩식 일국양제 적용 구상에 즉각 반발하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대만백서의 일국양제 모델에 대해 "오직 대만인만이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어우 대변인은 또 중국이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대만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한 구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만 측은 이번 백서가 시진핑 국가주석 재임 중 첫 번째 백서라는 점에 주목하며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백서 출간을 가속화했다는 시각이다.
1차 백서가 1993년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의 첫 회담 직후 발간됐고, 2차 백서는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양안을 '특수한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고 묘사한 직후 나왔다는 것이다.
11일 홍콩의 밍파오(明報)에 따르면, 장우웨(張五岳) 대만 단장(淡江)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은 "역대 대만백서 발간은 국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고,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며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 국제사회의 대만에 대한 관심이 백서 발간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자오춘산(趙春山) 단장대 교수는 밍파오에 "중국이 이번 백서에서 무력 통일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통일 이후의 이점들을 열거하며 대만 민심을 확보하려 한 점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왕 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한중 양측은 두 나라가 가까운 이웃이며 불가분의 파트너임을 갈수록 인식하고 있다"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첫 고위급 회담에서 포괄적이고 심도 있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많은 건설적이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왕 부장은 앞서 중국 외교부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3불(사드 추가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1한(限·사드 운용제한)'을 정식으로 약속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결 톤을 낮춰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양측은 미국의 한국 내 사드(萨德) 배치에 대해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측은 서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선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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