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에 잠긴 강남 아파트…집값 영향 받나?

안재성 기자 / 2022-08-11 17:08:15
폭우 원인 '기후 변화'…"폭우·침수 반복 위험 커져"
강남역·대치역 등 취약…"배수시설 확충 어려워"
"강남권 폭우·침수 반복 시 집값에 부정적 영향"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 지난 8일 밤부터 쏟아진 '물폭탄'으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피해가 컸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와 '서초그랑자이', 반포동 '반포자이',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여러 강남권 아파트들이 주차장 및 1층 침수, 엘리베이터 고장 등의 침수 피해를 봤다. 빗속에서 서초동 맨홀에 빠진 사망자와 실종자도 발생했다. 폭우로 내부 압력을 이기지 못해 열려 있던 맨홀을 볼 수 없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인프라가 좋기로 유명한 강남권 아파트들이 배수시설 처리능력 부족으로 침수 피해를 본 것은 충격적이다. 몇몇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피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며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글도 올라왔다. 

당장 강남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란 게 중론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침수 피해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이례적인 폭우일 뿐"이라며 "당장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례적인 폭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다.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가 꼽히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이런 폭우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 서울 강남권이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폭우·침수가 반복될 위험이 제기된다. 기후 변화가 폭우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이례적인 폭우'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빗물에 잠긴 서울 반포동 '반포자이' 지하주차장. [온라인 커뮤니티]

기상청 관계자는 폭우의 원인에 대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만나 우리나라 중부지방쯤에 정체전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체전선은 통상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소멸하지만, 이번에는 오호츠크해 인근에 '블로킹'(공기 벽)이 발생해 비구름이 정체했다"고 부연했다. 

블로킹 탓에 호우 피해가 커진 것이다. 블로킹은 지난달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으로도 거론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요즘 블로킹이 잦아진 이유에 대해 북극권과 중위도의 기온 차이가 줄면서 공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는다. 올해 7월 그린란드의 최고 기온은 섭씨 16도로 평년 대비 5도 가량 높았다. 캐나다 본토 북쪽에 위치한 북극 군도의 7월 평균 기온은 보통 영하인데, 올해는 최고 기온이 섭씨 15.5도에 달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20년 동안 북극의 온난화 속도가 전 지구 평균의 4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8일 밤부터 9일 오전 11시까지 서울에 426.5mm, 지난 30년 간 8월 평균 강수량(348mm)을 넘는 비가 쏟아지는 등 강수량이 점점 늘어나는 부분도 우려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에서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징후가 있다"며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강수량도 확대 추세"라고 말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 한반도 여름철 강수량은 10~15%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향후 강남권에 폭우가 거듭된다면 견디기 힘들다. 강남역, 대치역 등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에 취약한 지역이 여러 곳이다. 현재 강남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mm 수준이다. 8일 밤처럼 시간당 100mm가 넘는다면 감당할 수 없다. 

폭우에 대비해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린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배수 시설 착공조차 못하는 경우 역시 흔하다. 최영진 UPI뉴스 대기자는 "애초 지하 공간 설계가 잘못된 거라 개선하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권 등의 배수 시설은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만든 거라 최근의 기후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강남역 등 태생적인 침수 취약 지역은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는 향후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배수 시설 확충은 쉽지 않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BBC코리아에 출연, "배수 시설을 아무리 잘 구비해도 국지성 호우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며 "침수 예상 지역에서 벗어나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강남권에 폭우와 침수가 반복될 경우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 주택 수요가 감소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김 대표 역시 "앞으로는 주택을 매수할 때 침수 위험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며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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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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