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위험 직원'은 채무·투자 현황 신고하라?…논란 부르는 금감원

안재성 기자 / 2022-08-05 16:43:37
"채무·투자 현황은 개인정보…강요죄 등 위법 소지 있어"
금감원 "강요는 없다…자율적으로 신고하게 하려는 것"
근래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점증하고 있다. 누구도 자신의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재산, 채무 등 개인정보를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법도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득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또 개인정보를 내놓으라고 강요할 경우 형법상 강요죄까지 성립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 횡령 등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개선을 꾀한다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검토중이다.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 방안에 '사고 위험 직원의 채무·투자 현황 신고 의무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개인이 어디서 얼마의 돈을 빌렸는지,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얼마의 돈을 투자했는지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다. 

▲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보고한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 방안에 '사고 위험 직원의 채무·투자 현황 신고 의무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법적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UPI뉴스 자료사진]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을 듯 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 무거운 죄가 될 수도 있다. 법무법인 지솔 임준규 변호사는 "채무·투자 현황 신고 의무화는 강요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강요죄 형량은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경우 적용된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내놓으라는 요구 자체가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 변호사는 "설령 사고 위험 직원이 채무·투자 현황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해당 금융사 및 그 직원의 상사가 관련 요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강요미수로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요하려는 건 아니다. 자율적으로 신고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일종의 인사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적인 신고'라 해도 회사와 직원은 '갑을 관계'가 성립하기에 법적으로는 강요로 인식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사고 위험 직원이 채무·투자 현황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사 조치하는 것도 위험하다. 임 변호사는 "개인의 채무·투자 관련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고 해서 해고하거나 부서 이동시킬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 거짓으로 신고하면 어쩔 거냐"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신고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은행 통장 거래 내역 등 근거자료까지 요구할 경우 위법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 등은 내부통제 미흡에서 비롯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며 "세부 사항이나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철저히 검토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등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중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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