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 욕하는 플랫폼' 논란…"겁박 의도" vs "취지 왜곡"

조채원 / 2022-08-01 17:08:30
李 "의사표현 경로 없어 문자폭탄"…당내 플랫폼 제안
박용진 "소신 겁박하나"…강훈식 "인민재판 우려된다"
李측 "일부만 갖고 취지 왜곡…협력 구하는 노력 필요"
'李, 진단부터 틀렸다' 지적…"부작용 커" "판 깔아줄 일 아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의원 욕하는 플랫폼'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97(90년대 학번·70년대 생)세대 박용진, 강훈식 후보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다", "인민재판이 우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왼쪽부터), 박용진,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당원과 지지자를 만나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이 누구냐) 등을 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어 의원들의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내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다.

그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 공간을 만들어 당 지도부의 공식 답변도 하게끔 하고, 당원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게 전당원대회 정기 개최 등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거센 비판이 일었다. 박 후보는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원 욕하는 플랫폼 만들자',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문자 받은 의원' 등 해보자고 하는 것이야말로 자신과 반대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의원들을 겁박하고 악성팬덤으로 의원들을 향해 내부총질로 낙인찍는 당대표가 나오면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악성팬덤이 민주당다움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관하고 제도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이 의원 노선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강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협공했다. 그는 "비난과 항의 숫자를 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 강화가 아닌 퇴행일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온라인 인민재판과 같이 흐를 우려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박 후보와 함께 당내 소신파 중 하나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강성당원들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군에 속하는 저로서는 영업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썼다. 그는 이 후보를 겨냥해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강조한 게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며 "진정 이게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시느냐"고 꼬집었다.

이 후보 측은 공지를 통해 "이 의원은 지난 주말 당원 및 지지자 만남에서 당원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의사결정 직접 참여를 위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제안했다"며 "이를 '의원 욕할 플랫폼'이라고 하는 것은 발언의 일부만을 가지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이 의원은 '폭력적 억압적 언행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했다"며 "'설득하고 팩트를 전달하고 존중해주고 협력을 구하고 인정하고 이런 노력들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행태에 대한 이 후보의 진단부터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 개개인에게 음성적으로 가해지던 내용들을 공론화하자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당원 게시판이나 SNS 등 당원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부족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도 권리당원 게시판에서 일부 당원들 의견이 전체 의견을 과다대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지, 좀 더 건전한 토론이 가능할 지에 대한 방법으로 '의원 욕하는 플랫폼'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도 통화에서 "문자폭탄은 의견을 표출 경로가 없어서라기보다는 강성 지지층이 해당 의원을 압박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며 "욕설 문자 등 폭력적인 행태는 정치 지도자가 당 지지층을 설득해 자중을 촉구해야지 판을 깔아 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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