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PS 구상'에 찬물'…"中-日 강국에 낀 韓, '갈등의 중추' 될수밖에"
관변학자 "한국, 무기수출로 '글로벌 중추국' 구상 버팀목 되기 어려워"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GPS는 전(全)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의 약칭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외교부에서 GPS는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로 통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GPS는, 취임 이후 처음 아시아를 순방하며 그 시작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5. 21)에서 처음 선보였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ROK-US Leaders' Joint Statement)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위협을 포함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글로벌 도전 과제들에 직면해, 한국이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여타 지역에서 자유, 평화, 번영 증진을 위해 더욱 확대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 구상을 제시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더 큰 책임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을 평가하고, 한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은 것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후 박진 외교장관은 주요 외국 인사를 만날 때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 약자로 GPS다"라는 소개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홍보하곤 했다.
박진 장관은 지난 6월 7일 방한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환담에서도 '한국은 GPS 국가'라는 화제를 꺼내, 셔먼 부장관으로부터 "멋있다(I love it). 나도 그 표현을 사용하겠다. 한국은 미래의 GPS가 될 것"이라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박진 장관의 'GPS 홍보'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서 박진 장관은 지난 5월 16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첫 화상통화에서도 GPS 구상을 이렇게 전했다.
"한중관계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존중과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 하에 역내에서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반한 외교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여만에 나온 중국의 반응은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에 대한 '찬물 끼얹기'로 나타났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6일 전문가 기고에서 "(한국의 국가목표인) 글로벌 중추는 역량과 권력의 중추로,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력한 경제체 사이에 위치해 중추가 되기 어렵고, 강대국이 영향력을 다투는 진지이자 역내 정치∙안보 대립의 최전방으로서 역사적∙현실적으로 봤을 때 어쩔 수 없이 '갈등의 중추'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폄하했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 기고문에서 "한국의 '대국 콤플렉스(大國情結)'는 외교 분야에서 노무현 시기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全球枢纽国家)' 같은 야심만만한 목표로 나타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리 부소장은 "경제의 기적을 자랑하던 한국이 무기 수출 규모 세계 8위로 올라서는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무기수출국이 되었다"면서 "한국은 '강국'에 대한 기대(追求)를 갖고 무기 수출을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 수단으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은 폴란드와 전투기·탱크·화포 구입 등 총 145억달러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2017~2021년 동안 한국의 무기수출은 2012~2016년보다 176.8% 증가했다는 한국수출입은행 발표를 인용해 현재 한국산 무기시장 점유율은 2.8%로 세계 8위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무기수출을 뒷받침한 한미동맹은 안보의 버팀목인 동시에 전략의 족쇄로, 한미간 역량의 비대칭은 주요 의제에 있어 한국이 미국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게 한다"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미 갈등이 격화되면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지 않는 한 '중추'로서의 위상은 취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대국 콤플렉스'는 장기적이고 평화∙안정적인 지역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로 인한 안보 문제를 타당히 해결하고 타국의 의사에 따르지 않아야만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니지만 중국 공산당의 외교정책을 충실히 반영하는 국책연구소 책임자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민일보)의 자매지에 실은 기고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반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미국 경사로 전략을 더 명확히 했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정부도 한미정상회담의 후속 과제로 한국의 외교 정체성을 담은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관변학자의 기고는 머지않아 구체화될 한국의 GPS 구상과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에 미리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한국의 GPSA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이날,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연 국무회의에서 6대 국정목표, 23개 약속, 120대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6대 국정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에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지키고 지구촌 번영에 기여하는 능동적 경제안보 외교,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의 한반도, 과학기술 강군 육성 및 일류 보훈 등이 포함됐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