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갭투자자, 전세보증금 하락 견디기 힘들어…급매물 늘어날 것" 강 모(남·36세) 씨는 작년 11월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전용 84㎡를 23억 원에 샀다. 전세를 낀 '갭투자'로,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2억 원의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요즘 강 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선 집값이 떨어졌다. 그가 산 아파트 단지에서 요즘 전용 84㎡ 매도 호가는 20억~22억 원 가량이다. 공인중개사는 "그 가격에도 살 사람이 없다. 더 낮춰야 팔린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자부담은 급증했다. 강 씨를 더 위협하는 건 전셋값 하락세다. 해당 단지의 동일 평형에서 강 씨 아파트의 전세보증금보다 1억 원 낮은 전세 매물이 나왔다. 1억 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는 강 씨는 10월 전세계약 만기가 두렵다.
집값 내림세와 대출금리 급등이 겹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매수가 아래로 내려가는 집값을 보는 것도 힘들지만, 그 이상으로 당장 위협적인 부분은 점점 더 확대되는 이자부담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0~6.22%로 집계됐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1~6.12%, 신용대출 금리는 4.31~7.34%를 나타냈다. 모두 연초 대비 2~3%포인트씩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은 영향이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대출금리가 0.50%포인트 이상 더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끌 갭투자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전세를 낀 상태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간신히 아파트값을 치렀는데, 이자부담을 급증하고 전셋값은 떨어지니, 그야말로 죽을맛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내려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7월 들어 서울 강남권에서도 전세 하락거래가 여럿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64㎡는 지난 7일 28억35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전 최고가(35억 원) 대비 6억65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의 7월 5일 전세거래 가격은 22억 원으로 이전 최고가(26억 원)보다 4억 원 하락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의 전용 89㎡는 7월 3일, 이전 최고가(21억 원) 대비 3억1500만 원 내린 17억85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셋값 하락세는 쌓여가는 전세 매물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951건으로 2개월 전보다 19.5% 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셋값이 너무 비싼 것과 함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고공비행하는 점도 세입자들이 전세를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4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전세대출 금리는 연 4.01∼6.21%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요새는 세입자들이 월세를 더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깡통 전세'에 대한 걱정도 전세 비선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경우를 깡통 전세라 칭한다. 올해 들어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다수 주택에서 전셋값이 매맷값에 근접,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은 그만큼의 현금을 마련해 세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부담이 더 증가한다.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트렌드에 맞춰 보증금을 더 크게 낮추는 대신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영끌 갭투자자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강 씨는 "월세 전환은 커녕 전세보증금 하락분만큼의 신규 대출을 일으킬 방도도 마땅히 없다"며 "집을 급매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에 영끌 갭투자자들의 급매물이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시장에서 그런 흐름이 나타난 듯 하다. 최근 매물 중 10~20% 가량은 매입한지 1~2년밖에 안된 주택들"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시장에서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주택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 매물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교수는 "영끌 갭투자자 등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들이 집값 하락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도 "고물가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가계의 호주머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집값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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