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사시설 없는 인구 37만 소도시에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
헤이그서 '우크라이나 책임회의'…美 "러, 명확한 패턴 속에 범죄 반복"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빈니차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최소 2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에서 명확한 패턴 속에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만행을 비난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법이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며 국제사회가 '중대한 전략'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헤이그 회의 참석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수사를 위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오전 빈니차 도심에 러시아군 미사일 3발이 떨어져, 이날 밤까지 어린이 1명을 포함한 사망 23명, 부상 100여 명 등 12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공격 직후 빈니차 도심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섰으나 주요 건물이 파손되고, 불에 탄 차량이 50여 대에 이른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경찰청은 성명을 통해 "미사일이 사무실 단지와 근처 주거지 건물을 공격했다"면서 "거대한 불길이 일어나 주차장의 차량까지 불탔다"고 전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빈니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서남쪽으로 약 270㎞ 떨어진 인구 37만 명의 소도시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곳에는 주요 군사시설이 없어, 전략·군사적 가치와 무관한 순수 민간인 대상 공격이 자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도 있다"면서 "러시아의 국가적 테러 행위이며, 이것이 테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트위터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러시아가 또 다른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우리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피와 눈물 한 방울에 대해 러시아 전범들을 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범죄 국제회의 개최…미 "러시아군 명확한 패턴으로 범죄 반복"
이날 헤이그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의 책임 규명을 다루는 '우크라이나 책임 회의'(Ukraine Accountability Conference)가 열렸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중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칸 검사장은 특히 "어린이와 여성, 남성, 젊은이, 노인들이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런 때 법이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뵈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는 '정의를 향한 발걸음'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잔학 행위에 대한 재판을 위한 특별 재판소를 설치함으로써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서 르완다 대학살이나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자행된 잔학 행위를 심판하기 위해 설립된 재판소와 유사한 특별 재판소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비디오 링크를 통해 특별 재판소 설치 요구를 되풀이했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는 ICC 가입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ICC는 전범 용의자를 기소할 관할권이 없다.
하지만 ICC 칸 검사장은 재판소가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 간의 조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참석 국가들은 ICC와 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잔학 행위를 조사하는 다른 전문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0만 달러를 약속했다.
이날 회의는 칸 검사장과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 디디에 라인더스 유럽연합(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이 주최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 개국과 EU 대표가 참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우즈라 제야 미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군의 만행을 비난했다.
제야 차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성폭행과 고문, 초법적 처형, 실종, 강제 추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학교, 병원, 놀이터, 아파트, 곡물 저장고, 수도·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 등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같은 행위는) 일부 불량 부대의 행동이 아니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에서 명확한 패턴 속에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책임 규명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이 현지를 직접 방문하고, '전쟁범죄 책임팀'을 공식 발족시켰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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