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경제] 노선 13개 교통 요충지 청량리역 개발이 성공하려면

최영진 / 2022-07-10 15:01:27
13개 철도 담는 광역환승센터 기대감 '장밋빛'
서울시,GTX 건설되면 유동인구 33만 명 예상
공간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성패 좌우할 것
공간설계 미흡한 왕십리역 개발은 반면교사
전국에서 철도 노선이 많은 역은 어느 곳일까. 서울역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청량리역이다.

서울역은 지하철을 포함해 5개 노선인데, 청량리역은 철도망이 무려 9개나 된다. 지하철로는 1호선과 분당선, 일반 철도를 전철로 전환한 경춘·경의 중앙선 그리고 2017년 개통된 KTX 강릉선, 경북 안동까지 연결되는 중앙선과 교통수요가 많지 않은 태백선과 정선선, 용산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ITX선까지 치면 그렇다.

앞으로 추진 예정인 수도권 대심도 광역급행철도(GTX) B선과 C선과 경전철 면목선과 강북 횡단선을 합하면 13개 노선이 청량리역을 통과하게 된다.

▲ 서울 청량리역 대합실 모습. [뉴시스]

이 많은 철도망이 들어서면 청량리 일대는 어떻게 변모할까. 역사를 포함해 주변 지역을 잘만 개발하면 서울의 또 다른 도심 하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청량리는 1889년 서대문∼청량리 간 전차 개통과 함께 교통 요충지로 꼽혔다. 그 후 경의·경원·경춘·중앙선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청량리는 그야말로 서울 도심 못지않은 번화한 곳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핫 플레이스'로 꼽혔다.

하지만 청량리는 서울시의 여의도·강남 집중 개발 정책에 밀려 개발이 정체되고 말았다. 경기 동·북부와 강원도를 이어주는 주요 관문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청량리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영등포와 함께 부도심권으로 명시돼 있지만 옛 명성을 되찾지 못했다.

그랬던 청량리 모습이 근래 들어 달라지고 있다. 청량리역의 막강한 교통 수요에 힘입어 주변의 개발 잠재력이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늘어나는 교통량을 지금의 청량리역 기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규모 광역 환승센터를 개발키로 해 주변 부동산 시장 미래도 장밋빛으로 물드는 중이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청량리역 광역 환승센터 타당성 분석과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사업을 최근 발주했다.

GTX 노선 건설되면 관련 지역에도 개발 붐 예상 

청량리역의 위상을 제고할 프로젝트는 GTX 사업이다. 인천 송도~청량리~남양주 마석으로 연결되는 B선과 수원~청량리~의정부를 잇는 C선이 개통되면 경기 동·북부 수요가 대거 청량리 권으로 흡입되지 않을까 싶다. 의정부· 남양주에서도 1시간 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곽에서 곧바로 일자리가 많은 도심과 강남권으로 진입이 가능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경기 동·북부 거주 수요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청량리 일대 뿐만 아니라 GTX 혜택을 받는 경기도 권역도 개발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GTX B·C선의 건설 일정은 명확하게 나온 게 없다. 대충 2028년 추진한다는 정도다. 좀 늦어질 수 있지만 언젠가는 개통되지 않겠느냐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설사 GTX 건설이 좀 늦춰진다 하더라도 경전철 면목선과 강북 횡단선이 개발되면 청량리 역세권의 위상은 지금보다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2030년 청량권 유동 인구 33만 명 추산

청량리역 교통망이 다 확충되면 유동인구는 얼마나 될까. 서울시가 추산한 자료에는 2030년 기준으로 하루 33만 명 규모다. 지금은 철도·버스 이용객 포함해 15만 명 선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철도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되는 버스 노선도 엄청 많아지게 된다.

이런 효과는 주변 부동산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현재 청량리 일대 기존 주택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7개 구역이다. 청량리역과 인접한 재개발 4구역에는 최고 65층의 주상복합 아파트 420여 가구와 백화점·오피스·호텔 등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이미 이곳에 개발 붐이 일고 있다는 징후다.

교통 발달로 일자리가 많은 강남권과 기존 도심·여의도 등지로 출·퇴근이 손쉬워지면 이곳을 찾는 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주택이 많이 들어서면 빌딩과 상업시설 등도 덩달아 건축되고 일자리 또한 많이 생기는 법이다. 개발이 본격화하면 자연스럽게 자족 기능을 갖춘 신시가지 형태의 부도심이 만들어 지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인근에 고려대를 비롯해 서울시립대·경희대·외국어대 등의 대학들이 자리하고 있어 유동 인구는 서울시 예상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간 설계 제대로 못하면 이용객 외면

문제는 청량리역 광역 환승센터를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점이다.

설계가 잘못되면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는 오히려 소통의 장애가 될 뿐이다. 내부 동선 처리가 원활하지 못하면 이용객은 불편을 겪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상업 공간과 편익시설 이용률이 확 떨어져 결국 역세권 개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하철과 전철 4개 노선이 지나는 왕십리 역세권 복합시설도 당초 개발 기획과 공간 설계 미흡으로 유동 인구 흡입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교통 이용객을 어떻게 편의시설에 잘 융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대규모 복합 광역 환승센터 건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간 구조를 어떻게 잘 짜느냐가 개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큰 돈 들여 지은 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면 지역 개발 자체까지 망가뜨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최영진 대기자 / 도시계획박사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영진

최영진

SNS